
여기서 주인은 자산을 ‘위임’한 사람에게 그동안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적극적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달란트의 비유는 사후적 ‘평가’를 바탕으로 맡겼던 자산을 ‘줄이거나, 회수하거나, 더 늘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이야기다.
2010년 이후 2025년 말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22개국의 나라에서 제정하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는 수탁자가 맡겨진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증식했는가’에 대해 지켜야 할 책임 원칙을 뜻한다. 즉, 고객과 수익자의 자금관리를 위탁받은 기관투자자가 충실한 관리자(Steward)로서 투자대상 기업의 장기적 가치 향상을 위해 적극적 관여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충실함의 기준에는 자산운용의 재무 성과뿐 아니라 기업과의 대화나 의결권 행사, 관여 등과 같은 과정상의 행동과 설명까지 포함된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 증진과 신뢰 향상을 위해 기관투자자도 기여할 수 있는 ‘건설적인 행동’을 하자는 취지다.
이재명 정부도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를 추진한다. 국정과제 47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부분에서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확대 및 이행여부 점검’을 선포했다. 자본시장의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 코드를 내실화하겠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충실한 수탁자활동으로 투자회사의 가치 창출과 신뢰 회복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다. 이 경우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에 소극적이거나 기업에 이슈가 발생할 경우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아예 침묵하는 것은 책임 위반이 된다.
영국은 스튜어드십코드를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해 왔다. 일본은 운용자금 약2300조 원 규모로 세계 2위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 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이 주도한다. 양국 모두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코드의 수준을 양적·질적으로 지속 발전시켜 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6년 코드가 제정된 이후 아직 한차례 개정도 없었고, 2025년 12월 말 현재 가입기관이 249개로 양적으로는 확대되었으나 실질적 활동 수행 여부나 효과에 대한 점검이 없는 등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영국과 일본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과제 추진의 실효성과 영향력은 금융당국과 공적 연기금의 역할 정도, 제도 효과 모니터링 및 지속적 개정, 이행점검의 방식과 강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는 거버넌스 중심에서 환경 사회 범위까지 ‘수탁자 책임의 범위’, 현재 주식 중심에서 채권, 사모펀드, 부동산 실물자산, 비상장주식까지 ‘대상 자산’ 확대 범위,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활동과 대화 및 공시’ 강화, 이러한 활동들의 ‘이행평가’ 주체와 방식, 스튜어드십 ‘모범사례’의 발굴과 확산 정도 등이 효과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제도의 기원이나 취지에 비춰볼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 관리하는 금의 달란트를 늘리듯, 투자대상의 자산가치나 기업의 신뢰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과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사회 전체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건설적 활동’이어야 한다. 이해관계자 어느 한편만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으로서 ‘합리적 균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