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획기적인 성과는 ‘재생에너지 급성장’이다.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용량이 석탄 발전 용량을 넘어서자 인류 에너지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과학’의 획기적 성과로 뽑은 건 좀 의아하다. 중국의 기술발전과 대량생산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이 배경이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에는 올 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사기라며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에너지에 올인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한 미국 과학계의 저항인 것 같다.
그래서 후보작 9개 가운데 올해의 획기적인 성과를 뽑으라면 필자는 ‘희귀질환 환자맞춤형 유전자편집치료 시대의 개막’에 한 표를 던지겠다. 유전자편집은 2000년대 들어 개발된 최신기술로 유전자를 이루는 DNA의 특정 염기를 바꿔 그 결과물인 단백질의 해당 아미노산이 바뀌게 하는, 말 그대로 ‘편집’기술이다.
2024년 8월 태어난 남아 KJ 멀둔은 단백질 소화 산물인 암모니아를 대사(해독)하는 효소 CPS1의 유전자가 부계와 모계 모두 돌연변이라 기능을 못 하는 희귀질환(130만 명 가운데 한 명꼴)에 걸렸다. 지금까지 해결책은 간이식밖에 없지만, 저단백질 식단과 암모니아 해독제를 써도 절반은 아기 때 죽어 이식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미국 필라델피아아동병원 연구자들은 유전자편집 기술로 아기 간세포의 부계 유전자에서 변이가 일어난 염기를 정상 염기로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간세포는 정상 효소를 만들기 시작했고 암모니아가 해독되면서 아기는 태어난 지 307일 만인 지난 6월 퇴원했다. <사진>

한편 ‘네이처’는 같은 호에 ‘2026년에 주목할 과학 이벤트’도 선정해 소개하는데, 여기에도 환자맞춤형 유전자편집치료가 들어있다.KJ 멀둔을 치료한 팀이 역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다른 대사 희귀질환을 지닌 아기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신청할 계획이고 다른 연구팀은 면역계 희귀질환 환자에게 유전자편집치료를 시도할 예정이다. 올해 물꼬를 텄으니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환자맞춤형 유전자편집치료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다만 모두 성공하더라도 치료(실험) 비용이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이므로 널리 쓰이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희귀질환 환자가 안 됐지만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보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희귀질환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이들 환자를 다 합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참고로 희귀질환의 90% 이상이 유전자편집치료로 고칠 수 있다.
당분간은 KJ 멀둔 같은 몇몇 행운아들만이 혜택을 누리겠지만 한 세대 뒤에는 희귀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기 대다수가 유전자편집치료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