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본 성수동의 인기 요인은 개성있는 작은 상점,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작은 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성’이 거리를 밝힌다는 것이다. 개성이 사람을 끌어당기다 보니 동네 자체가 거대한 트렌드 바로미터가 됐다. 그 증거가 바로 다양한 팝업스토어다. 명품, 대기업 브랜드는 성수 팝업을 통해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를 만난다. 패션이나 트렌드 기업뿐 아니라 금융기관처럼 보수적인 기업도 팝업을 설치한다.
팝업스토어는 성수동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지적받곤 한다. 자주 설치 철거되는 특성상 성동구가 ‘팝업스토어 운영 가이드’를 배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친환경적 팝업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 인테리어 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의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휠체어, 유아차 등 장애접근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사로 등 장애접근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편의증진법에서 규정하는 동네 가게 중 팝업스토어가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그렇다. 휠체어를 타는 내 딸은 친구들과 함께 성수동에 놀러가고 싶어도 성수동 나들이의 꽃인 팝업스토어 접근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23년부터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회될 때마다 팝업스토어에 경사로를 놓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올해 무신사가 지역 사회적책임(CSR) 차원서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무의에 경사로 설치를 의뢰했을 때 ‘팝업스토어에 경사로를 놔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일단 무신사가 운영하는 팝업매장에 경사로를 설치할 수 있었다. 성수동을 구석구석 찾아다닌 결과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서울숲 옆 붉은 벽돌 장식이 예쁜 팝업스토어에 극적으로 경사로를 놓을 수 있게 됐다.<사진> 팝업스토어에 경사로 설치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건물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마침 건물주가 근처에 거주한다는 걸 알게 되어서다. 입점해 있는 카페도 글로벌 브랜드로 포용적 마인드를 가진 곳이었다.

이렇게 경사로를 설치한 후 딸과 함께 방문했다. 아차 싶었다. 건물 앞 턱에 경사로를 놓았지만, 매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에도 작은 턱 하나가 더 있었던 것이다. 팔 힘이 어느 정도 있는 딸은 도움을 받아 들어갈 수 있었지만 팔 힘이 없거나 무거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 넘기 힘들었다. 건축사님과 함께 인터넷을 뒤지며 적당한 경사로 형태를 고민했다. 고정식 경사로를 놓으면 출입문이 닫히지 않는 형태라 이동식 경사로를 맞춤 설계해서 제작했다. 직원들이 쉽게 놓고 치울 수 있어야 해서 기존에 제작하던 무거운 강화철판 소재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경사로는 생각보다 많은 건축적 고려가 필요한 섬세한 건축물이다. 하나 확실한 건 기존 지자체 예산 사업으로는 이렇게 맞춤형으로 놓기 힘들었을 것이고, 무신사가 지역상생 차원에서 지원했기에 경사로 설치 법적 강제성이 없는 이런 팝업스토어에 맞춤설치가 가능했다는 거다.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소비공간이 아닌 운영자의 철학과 문화적 소양을 전파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팝업 문화에 상업적으로 편승만 하는 게 아니라 팝업을 포용적으로 만들어 다양한 시민들에게 확대하려는 철학 있는 기업들의 ‘의도적 투자’가 이어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