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중화로 자본 민주화 촉진해
밸류업 통한 시장 선진화 달성 기대

요즘 어느 모임에서건 최대 관심사는 주식이다. 부동산은 무겁고 민감한 주제라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부동산에 대해 떠들면 자칫 재산 자랑한다고 눈총받거나 투기꾼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건물주나 임대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부러워하면서도 욕한다.
주식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흥미로운 화젯거리다. 누가 유망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금방 따라 살 수 있다. 모바일 트레이딩의 보급은 주식투자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증권사 객장을 가거나 영업사원을 통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부동산처럼 큰돈 들이지 않고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예전에는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식 투자한다고 하면 재테크 병에 걸린 사람으로 취급했다. 지금은 다르다. 주변에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 투자가는 1400만 명을 넘는다. 성인 인구 3명 중 한 명인 셈이다. 2019년에 약 600만 명이던 주식 투자가가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동학개미 운동이 펼쳐지며 급증했다. 이제 주식거래는 금융전문가의 투자영역을 넘어 일반 국민의 금융활동으로 인식된다. 그러니 모임에서 주식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주식투자로 화제가 옮겨 가면 누구나 한마디씩 한다. 놀라운 사실은 주식으로 돈 번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겉보기엔 전혀 주식 투자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한다. 그것도 미국 주식이나 일본 주식으로. 70살 넘은 동네 할머니가 미국 엔비디아에 투자해 1억원을 넘게 벌어 의사인 아들에게 차를 사주었다고 으쓱댄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얼굴에 못 믿겠다는 표정이 쓰여있자 자기 휴대폰을 꺼내 엔비디아 주식이 500주 남아 있는 증권사 계좌를 보여준다. 올해 초에 남편이 직장을 은퇴해 생활비를 벌겠다고 주식에 입문한 60대 주부는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해 5000만 원을 벌었다고 수줍게 말한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갓 부임한 미혼의 신임 교수에게 목돈 마련을 위해 교직원 공제에 가입하라고 했더니 요즘 주식이 너무 좋아 공제상품에는 관심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식 투자가의 정점은 ‘테슬람’이다. 테슬람은 테슬라와 무슬람의 합성어로 테슬라 주식에 몰빵하는 투자가를 칭한다. 테슬람은 다른 주식은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테슬라에만 투자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교주처럼 신봉한다.
광신적 테슬람은 집 살 돈까지 테슬라에 투자한다. 테슬라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일절 매매하지 않는다. 테슬라 주식이 몇십 달러일 때부터 사서 얼마가 오르고 내리건 꿈쩍도 안 한다. 테슬라 주가가 크게 변동할 때는 하루에도 평가손익이 몇억 원씩 왔다 갔다 하지만 끄떡없다.
왜 이렇게 많은 국민이 주식투자에 열광할까? 그건 지난 몇 년동안 국내외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우량 테크기업들이 많은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 투자가들의 해외주식 보유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 1200억 달러(약 160조 원)에 이른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세칭 서학개미 덕분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11월까지 벌어들인 해외주식 위탁 매매수수료가 사상 최고치인 2조 원에 달한다. 이처럼 해외주식 투자가 활발하니 오죽하면 정부가 원·달러 환율상승의 주범이 서학개미라고 하였겠는가.
국내 주식시장도 코스피I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꿈의 5000을 향해 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상장사 주식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밸류업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정책의 목표로 주가지수 5000을 내세우며 주가 부양에 열심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주식은 일반 국민을 기업주로 만드는 제도이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열심히 사업해서 번 돈을 투자가에게 배당이나 주가상승으로 환원해 소득을 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주식은 변동성이 큰 금융상품이다. 대형 악재가 발생해 주가가 폭락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손실이 두렵다고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자본시장의 이득을 향유할 수 없다.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경제동향을 이해하고 기업경영을 분석하는 지식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많은 국민이 주식에 투자하며 똑똑해지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을 억눌러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개인 투자가가 행동하는 주인 노릇을 하며 권리 행사를 해야 해소될 수 있다. 국민 참여가 정치의 민주화를 불러왔듯이 국민 투자 활성화가 주식시장과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