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뇌졸중을 극복하고 9년 전 연주회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던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 씨를 초청해 병원 로비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훈 피아니스트는 뇌졸중으로 오른쪽 신체가 마비되는 큰 시련을 겪었으나, 재활 끝에 서울성모병원에서 왼손으로만 첫 공식 독주회를 개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재활 과정을 도와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병원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자리다.
이 씨는 2012년 미국 신시내티 음대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좌뇌의 약 60%가 손상되며 오른쪽 팔다리 마비와 실어증이 찾아왔고, 음악 활동은커녕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귀국 후 서울성모병원에서 강도 높은 재활치료를 이어갔고, 은사의 격려를 계기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이 씨는 구자성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와 꾸준한 재활치료로 2016년 7월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병원과 의료진들의 응원 속에 ‘왼손 피아니스트’로서 뇌졸중 환자와 병원을 찾은 내원객을 위한 연주를 전했다. 이는 단순한 복귀 무대가 아니라, 뇌졸중 환자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상징적 무대였다. 당시 공연을 통해 감성이 오히려 더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미국 신시내티대학 박사과정 지도교수도 현장을 찾아 이후 7회의 연주회를 마치면 박사학위를 수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씨는 2017년 정식으로 음악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병원 연주회에서 자신감을 얻은 이 씨는 이후 롯데콘서트홀 ‘My Left Hand’ 독주회, 포스코재단 초청 의료진 감사음악회, 예술의전당 독주회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사회적 기업 툴뮤직 소속 아티스트로 툴뮤직장애인예술단과 지샘병원장애인예술단 단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반신 마비에 한 손으로 연주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자 자신의 극복 과정을 담은 에세이 ‘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이 씨의 재활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해 온 한필우 물리치료사는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많은 환자분들이 큰 상실감을 겪기 쉬운데, 이훈 피아니스트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연주 할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공연에 초대받은 소감을 전했다.
지가은 작업치료사는 “치료실에서 클래식이나 피아노 음악이 나오면 음악에 깊이 집중하며 왼손으로 건반을 치는 연습을 하실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셨고, 치료 과정에서 점차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큰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라며 “오늘의 공연이 다른 환자분들에게도 희망이 돼,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병원에서 다시 연주회를 열어 감회가 깊고 눈물이 날 것 같다”라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병원 의료진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재활운동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묵묵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제가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었던 것처럼 건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