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7년간 유지해 온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를 완화하기로 했다. 장기간의 등록금 규제로 재정난을 겪어온 사립대학들은 이번 정책 전환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등록금 인상 폭에 대한 법적 제한은 유지된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사립대학의 재정 여건 악화와 고등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해 등록금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의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온 핵심 장치였던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2027년부터 폐지된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Ⅰ유형과, 대학의 등록금 동결·인하 등 자체 노력을 전제로 대학을 통해 지급되는 Ⅱ유형으로 나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으며, 2012년부터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되면서 대학 재정난이 심화되고 교육·연구 환경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부담이 누적되며 재정 압박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전국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의 70% 이상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해당 제도가 더 이상 실효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학의 재정 여건과 고등교육 투자 필요성을 감안한 정책 전환”이라며 “2026학년도 예산은 이미 확정돼 있어 2027년부터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등록금 인상 폭에 대한 법적 상한선은 그대로 유지된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2배를 초과할 수 없다. 소득 구간에 따라 학생에게 직접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등록금의 무제한 인상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학이 최소한의 재정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역 거점 국립대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자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사립대에만 강한 등록금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재정 지원이 확대되는 국립대의 경우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사립대와 국립대의 역할과 여건을 고려한 차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