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한 학기 만에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겪으며 핵심 제도인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이수제 개선, 선택과목 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을 새 학기 전까지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고교학점제로 인한 현장 혼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보고서를 내고 “학생 맞춤형 교육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초기부터 정책 충돌, 소통 부족, 인력난이 누적되며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면 누적 학점으로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시 확대 △자사고·외고 존치 결정 △대입 개편 등 이전·현 정부 정책이 뒤섞이면서 고교학점제가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현장과의 소통 부족도 문제로 꼽히며 교원단체는 제도 재검토를 공식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교·강사 인력 확충을 첫 번째로 제시했다. 선택과목 확대와 학기제 도입으로 교사의 다과목 지도, 출결 관리, 학생부 기재 업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조종오 입법조사관은 “학생 수 감소로 교원 감축 기조가 유지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한시적 기간제 교사 활용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혼란의 핵심인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이수제 개선도 조속한 결론이 필요하다. 국교위는 공통과목은 출석·성취율을 병행하고 선택과목은 출석만 적용하는 방안, 또는 공통·선택 모두 출석 중심으로 유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보고서는 “연내 기준을 확정해야 학교 운영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택과목 절대평가 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 올해 고1 학생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택과목을 이수하게 되는 만큼, 상대평가 유지 시 내신 유·불리와 과목 쏠림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조 조사관은 “진로·융합 선택과목의 절대평가 환원 논의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이슈에 밀려 있지만, 새 학기 시작 전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제도 정착을 위한 후속 대책으로 △온라인학교 학점이수 신뢰 확보 △사교육비 유발 방지책 마련 △대입전형과의 정책 연계 등을 제시했다. 온라인학교 운영의 질 관리가 필요하며, 복잡한 과목 선택이 사교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과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교학점제와 대학의 무전공 선발 확대가 충돌하지 않도록 대입제도 조정도 요구된다.
조종오 입법조사관은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안착하려면 국교위의 고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 확정과 교육부·교육청의 실질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핵심 사항을 새 학기 이전에 정리하지 못하면 현장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