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넘어 글로벌 동반성장 꾀하고
해외전문가 참여등 객관성 강화를

K컬처의 지속적 발전은 다양한 해외 진출 전략의 확장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에서 시작된다. 해외 진출은 해외직접투자(FDI), 합작투자(JV), 라이선싱, 수출 등 여러 형태로 구분된다. 이는 기업이 해외 비즈니스를 직접 경영하느냐, 아니면 해외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느냐의 정도에 따른 차이다. 특히 합작투자와 라이선싱은 외국 파트너와 공동으로 제작·배급을 추진하는 전략적 제휴 활동으로, 시장 여건과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윌리엄슨은 시장과 기업조직을 자원 배분을 조정하는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규정하며, 거래비용의 크기에 따라 시장이나 기업조직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거래비용 이론은 해외직접투자 이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해외진출 방식은 직접투자(Hierarchies)와 수출(Markets)의 양끝 사이에서 다양한 혼합 전략이 가능하며 공동투자, 공동제작, 공동배급, 기술협력, 공급망 또는 배급망 구축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한류의 발전과 함께 하이브, CJ ENM, JTBC,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성장했다. 이들은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현지 기획과 제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K콘텐츠의 국제 경쟁력 확장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단순한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제작·배급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흥행작 ‘K팝 데몬 헌터스’는 글로벌 문화산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작은 소니픽처스, 배급은 넷플릭스가 맡았지만,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국인이 중심이 되어 다국적 인력이 협업했다. 미국, 한국, 캐나다,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제작진은 한국적 정서를 세심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K팝은 힙합, 알앤비(R&B), 댄스뮤직 등 서구 음악 양식과 한국의 정서 및 제작 시스템이 융합된 복합 문화 콘텐츠다. 이와 같은 콘텐츠 제작 및 배급 구조가 필자가 제시하는 ‘개방형 한류 전략’의 구체적 모델이다.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K팝 데몬 헌터스’, ‘킹 오브 킹스’, ‘오징어 게임’ 등 세계적 히트작들이 한국에서 투자받지 못하고 해외자본에 의존한 현실이 지적됐다. 한국이 직접 투자했다면 더 큰 수익을 얻었겠지만, 글로벌 제작·배급 시스템에 참여해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다만 향후에는 성공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해 세부 계약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수 프로젝트 심사위원은 무작위로 선정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지원 사업이라면 해외 전문가의 심사 참여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진흥원이 운영 중인 해외 사무소는 세계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외 기업의 비즈니스 매칭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정보제공을 넘어, 직접투자, 전략적 제휴, 수출, 협력망 구축 등으로 지원 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 문체부는 개발도상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문화산업정책 교육과정 운영도 추진할 만하다. 콘텐츠 산업이 다국적 기획·제작과 글로벌 배급 단계로 진화한 시점에서 이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동반 성장을 추진한다면 ‘K컬처 300조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정책은 객관적 평가를 통해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수출 실적뿐 아니라 직접투자, 공동제작, 라이선싱, 협력망 구축 등 해외활동 전반의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정책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