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실리콘밸리와 중관춘의 ‘혁신생태계’

입력 2025-10-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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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 송현경제연구소 국제경제부문 대표

글로벌 패권경쟁 기술에서 판가름
‘자율기반 혁신·전략적 집중’ 더해
제조업·디지털 융합…잠재력 찾길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경쟁의 승패는 기술이 판가름할 것이다. 스타링크 및 드론이 활약하는 러·우 전쟁, 미·중 간 플랫폼·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보듯이 기술 특히, 첨단기술은 한 나라의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기술 혁신의 산실로서 실리콘밸리와 중관촌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러므로,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향방은 이 두 혁신생태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혁신생태계의 모범으로 꼽히는 실리콘밸리는 시장 자율에 기반해 높은 창조성과 지속적 혁신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적 인재가 몰려들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풍부한 민간 모험자본이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뒷받침한다.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및 활발한 인수합병(M&A) 시장이 성공적 사업가에게 큰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혁신을 유인한다. 자유로운 진입이 보장되는 넓고 깊은 시장과 사업자 간의 치열한 경쟁은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혁신을 압박한다. 자유로운 문화와 왕성한 기업가정신도 혁신의 원동력이다.

중관춘(中關村)은 대표적인 정부 주도 혁신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중관춘은 거대 인구 및 명문 대학을 바탕으로 다수 인재를 확보하고 있고, 정부 주도의 인내자본이 인재들의 아이디어 창출과 사업화를 뒷받침한다.

방대한 시장과 치열한 경쟁이 기술·사업모델의 혁신을 유인·압박한다. 근대화 실패에 대한 반성으로 사업가들의 국가 안보와 국민 복지 향상에의 기여 의지도 높다. 요컨대, 중관춘은 정부지원 속에 빠른 상업화 역량 및 핵심 분야 집중력을 갖춘 효율적 혁신생태계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혁신의 방향을 주도함으로 인해 옛 소련에서처럼 혁신이 권력자의 이익에 치우치거나 지원체제가 관료화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를 표준으로 삼아 역동적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왔으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이는 한국이 가진 시장과 자본 규모의 한계를 무시한 채 산업 전반 및 국가 전역에 걸친 생태계 조성을 추구하는 한편, 우수한 제조업 기반과 앞선 디지털·에너지기술이라는 고유 강점은 충분히 살리지 못한 데 주로 기인한다. 이러한 실패를 극복하려면, 실리콘밸리의 자율 기반 지속적 혁신창출력과 중관춘의 빠른 상업화 및 전략분야 집중력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에게 적합한 분야의 선별 및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과 디지털 기술력을 겸비하고 있어 양자를 융합한 혁신의 잠재력이 크다. 스마트팩토리,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을 늘려야 한다.

공공프로젝트를 통해 AI·로봇, 신에너지, 첨단바이오 등에 투자하여 민간의 위험을 분담하고 혁신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산·학·연 네트워크 강화, 인재 확충 등 혁신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다만, 정부는 기초·대형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민간은 기술의 상용화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위험 인내력 높은 자본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벤처자금 회수(exit)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일반지주회사의 벤처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M&A시장 활성화 등은 엑시트 경로를 다변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정부 주도의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으로 모험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태계의 개방성과 기술 보호 간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생태계를 개방하여 세계적으로 인재와 자본을 유치하고 협력하는 것이 지속적인 혁신에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주체 간 신뢰와 개방적 협력의 문화가 크게 부족한 바, 디지털시대의 융합형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개방적 협력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한편,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위해 중요한 기술은 엄격히 보호해야 한다. 반도체 설계, 신에너지 및 첨단바이오 기술 등이 이에 속한다.

넷째, AI 및 디지털 전환의 관건인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가 주도해 프라이버시 보장과 데이터 공유가 조화된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 미국형 데이터 사유화와 중국형 데이터 국가관리를 절충한 데이터 거래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비롯해 거래 관행의 정착, 규제 완화를 통한 신분야 진입 자유화도 혁신증진의 필수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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