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도전속에 내적혁신 이루고
외부에선 이업종협력 동시 추구를

우리나라는 늘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그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의 산업화 초기 ‘한강의 기적’을 이룬 급속한 경제성장의 원천은 어쩌면 극심한 빈곤을 탈피하려는 절실함이었고, 산업화 후기 일부 분야에서 ‘글로벌 혁신강국의 꿈’을 이룬 것은 더 나은 한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성취는 인류 역사상 큰 전쟁 없이 가장 길게 평화를 유지했던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이후 70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간의 이러한 호의적인 글로벌 환경은 우리에게는 숨겨진 축복이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을 맞고 있다. 그동안 변치않을 기본 질서라고 여겼던 글로벌 정치 경제 환경도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바뀌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 노멀이 되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전략경영’의 시대에 살았다. 그러나 미래 예측이 어렵고 도전과 협력을 통해 역경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추구햐야 할 이 시대에는 이른바 ‘기업가적 경영(entrepreneurial management)’ 방식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지정학적 여건과 새로운 경제경영 환경 속에서 여러 위기에 처해있다. 때로는 위기 상황에서 기다림과 무대응이 대안이 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지켜볼 수만은 없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한다. 위기의 시대에는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이나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와 흔들림 없는 판단력, 무난함이나 지나친 낙관주의에 대한 경계, 구성원들의 잠재능력이 발휘될 기회를 주고 그들의 관심과 마음을 두루 살피는 소통, 그리고 변화 의지와 진정성을 가진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필요하다. 위기의 시대에는 절박감이 있고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므로 가짜 전문가들은 뒤로 숨어들고 진짜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불씨를 품고 있고, 이러한 시대의 변혁적 리더가 난세의 영웅이 되기도 한다.
미래의 변화를 주시하고 대비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어도 이에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하는 역량이다. 이러한 ‘동적전환능력(dynamic capability)’은 새로운 기회 포착, 도전과 실행,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을 요체로 하는 기업가정신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기업의 당면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기존 사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수익을 달성하는 것(단기성과)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여 미래사업의 성장을 준비하는 것(중장기성과)이다. 그런데 제한된 자원과 역량을 가진 기업에서는 이 두 가지 목표가 내부적으로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 둘은 포기해서는 안될 핵심 활동이고, 두 개가 서로 연계되어 있지만 다른 목표, 다른 경영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요구에 좋은 접근방법이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이다. 양손잡이 경영은 기업이 기존 사업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고 ‘활용’하면서 동시에 혁신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탐색’하는, 두 가지를 함께 차별적 방식으로 추구하는 경영방식이다. 물론 시간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활용’이, 어떤 시점에서는 ‘탐색’이 더 강조될 수도 있다. 전사적 관점에서 이를 경영하고 조율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일이다.
신규사업 추진 등 기업 활동에는 더 많은 새로운 자원과 역량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사업기회를 먼저 포착한 후에, 부족한 자원과 역량은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기업가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때로 혁신은 기존 사업에서 적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필요로 하고, 이 경우 다른 업종의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여 다른 업종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새로운 시도에 적용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이제 협력은 가장 중요한 혁신 방식이 되었고, 특히 이업종 협력은 신규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마침 10월 25일은 고 이건희 회장의 5주기가 되는 날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그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기회에 도전해왔던 한국의 기업가들의 여정을 돌아보자. 오늘날 한국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고, 기업경영자들은 한 눈으로는 현재와 미래의 ‘사업’을 보고, 다른 한 눈으로는 이러한 꿈을 함께 실현할 내부 구성원과 외부 이해관계자, 즉 ‘사람’을 찾고 협력하는데 역량과 관심을 모아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