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제2의 ‘플라자합의’ 짝 나선 안된다

입력 2025-09-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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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ㆍ동국대 명예교수(경제학)

무리한 요구에 대미투자협상 난항
국내상황 설득하고 최선모습 보여
단계적 이행합의 끌어내는 전략을

지난번 미국과의 관세협상 시 약속했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투자의 집행주체, 수익금 배분방법, 투자금 입금시점 등 이슈에 대한 이견으로 현재 협상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만약 미국이 원하는 대로 우리 정부가 조건 없이 투자금을 맡기는 경우 1985년 플라자합의로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 상황이 우리 경제에 재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4200억 달러 정도의 우리 중앙은행 보유 준비금의 83%를 한 번에 지출하는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원화는 일본 엔화와 달리 국제통화(convertible currency)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장치로 충분한 지불준비금을 마련해 놓고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준비금 규모도 1조 달러가 넘고, 엔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이므로 우리보다 큰 규모인 550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해도 별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서는 ‘불평등조약’이라는 볼멘소리를 듣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약속한 투자에 대한 실행합의로 자동차관세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과연 이러한 위험 감수의 실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금번 위기는 플라자합의 때 일본이 겪었던 것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엔화 가치가 2년 만에 두 배로 올라 일본경제는 버블을 겪었고 일본은행의 잘못된 대응으로 1992년 버블 폭발로 ‘복합불황’이 닥치기까지 큰 변동폭의 사이클이 7년에 걸쳐 일어난 데 반하여 우리 외환위기는 갚을 돈(외화)이 없을 것을 우려한 투자자(대부자)들이 만기연장 거절, 우리 주식시장 이탈 등 ‘뱅크런’ 형태로 급속히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운영자금 조달마져도 힘들게 되는 상황이 닥쳐 줄도산과 헐값의 대량 매각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딘 베이커의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보다 25% 관세를 내는 게 낫다”는 조언은 이러한 우리의 상황을 잘 알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우리 통상팀의 과제는 우선 “협상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와 그렇다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상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된다. 우선 과제에 대해 CEPR의 딘 베이커는 “미래 투자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크게 제시하되 세부사항은 최대한 모호하게 둘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미국 측이 바로 실행(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곤란에 처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는 추천할 만한 전략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의 생각에 이미 약속한 3500억 달러 투자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되 입금시기와 투자수익 배분방법에 집중하여 여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외환 준비금 규모와 원화의 비국제성(non-convertible),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경험 등을 설득 요소로 가지고 우리 경제가 왜 ‘제2의 일본’이 아닌지 주요 의사결정자들에게 납득이 가도록 설명하고, 정 설득이 안되면 보완장치로 원·달러의 무제한 스와프 장치를 요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말 경주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 기회가 생기면 대통령이 “미국 주장대로 수용하면 탄핵당한다”고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루과이라우드(UR) 협상 당시 쌀에 대해 ‘관세화 예외’를 얻어낸 경험은 이번 협상에서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아 소개한다.

1985년 합의를 통하여 3년 기한으로 출범하였던 UR 협상은 농산물에 대한 교역규범 마련과 무역자유화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여 협상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결국 7년 9개월 만에 협상을 끝내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할 수 있었지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쌀 한 톨도 내어줄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당시 협상대표들은 ‘예외 없는 관세화’ 원칙하에서 어떻게 우리 ‘쌀’에 대해 예외를 얻어낼 것인가 하는 난제에 처했었다. 이때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썼던 방법은 “△농업은 한국경제의 다른 분야와 달리 개발도상국이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대부분(70% 정도)인데 쌀은 그 농업소득의 50%를 차지하는 가장 큰 단일품목이다. △따라서 쌀 시장 개방은 한국농업과 농촌을 붕괴시키는 조치가 된다”고 주장하여 예외 적용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참고하여 이번 대미협상도 읍소(대통령 탄핵 위험 등)와 절박한 국내사정 설명(제2의 외환위기 위협 등) 등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내용을 조율(즉, ‘지정’된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따라 일부 입금 등)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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