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46. 中·인도 ‘적과의 동침’ 배경은 국익

입력 2025-09-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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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반미정서 확산에 양국 밀착 빨라져
인도, 美와도 협상 여지 ‘실용외교’
미중 수싸움속 印 존재감 강화 노려

8월 말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제25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 중국·러시아·인도 3국 정상이 손을 잡고 밝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 ‘도원결의(桃園結義)’라는 제목으로 중국 SNS상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도원결의는 고전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관우·장비가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고, 힘을 합쳐 천하를 위해 일할 것을 맹세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번 SCO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은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인도의 반미, 반서양 행보에 집중된 듯하다.

미국 주도의 쿼드(안보협의체) 회원국이자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브릭스와 SCO 회원국이기도 한 인도의 실용외교가 미·중 간 고착화되는 신냉전 구도 속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공급망 시장으로 인도에 공을 들여왔다. 조 바이든 전 정부까지 글로벌 공급망, 첨단산업,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인도와 협력을 확대해 나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미국과 인도 사이가 심상치 않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도 받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SCO 참석 전 일본을 공식방문한 모디 총리는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자극하듯 ‘글로벌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인도와 러시아를 가장 깊숙하고 컴컴한 중국에 빼앗긴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과 인도의 밀착을 바라보는 미국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미·중을 오가는 인도의 실용외교 배경과 목적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도의 반미정서 확산에 따른 명분 있는 실용외교와 미중 사이의 외교공간이 넓어졌다.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는 인도 내 반미정서를 자극했고, 그로 인해 맥도날드·코카콜라·애플·아마존 등 미국산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인도정부도 미국산 무기와 항공기 도입을 중단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가 농산물 시장개방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난 8월 7일 25% 관세를 부과했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확대 이유로 27일 추가 25%를 부과하면서 50%로 늘어났다. 인도 일자리의 40%를 차지하는 농업시장의 개방은 사회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핵심 사안이다. 또한, 인도의 정적인 파키스탄과의 밀착행보도 인도 내 반미정서 확산에 불을 지폈다. 인도 국민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커져가는 반미정서는 모디 총리로 하여금 중국과의 협력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명분이 된 셈이다.

둘째, ‘용상공무(龍象共舞)’를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용상공무는 시 주석이 지난 4월 중·인 양국 수교 75주년 축전에서 처음 사용했고, SCO 정상회의 기간 진행된 양자회담에서도 언급했다. 양국을 상징하는 용과 코끼리를 비유해 상호 파트너이자 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축이 되자는 의미다. 중국은 트럼프발 고율관세로 인해 미·인 양국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이용해 인도와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속내다. 인도와 5년간 중단된 항공편 운항 재개와 인도의 중국인 무비자 입국허용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미국과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속내다. 모디 총리가 SCO 정상회의만 참석하고 9월 3일 전승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은 이유도 미국과의 협상공간을 남겨두기 위한 포석이다. 모디 총리가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중국행을 선택한 이유다. 중국과 역사적으로 영토분쟁의 심리적 적대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적과의 동침을 통한 국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외교전술이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실사구시 목적이다. 인도는 세계 3위의 원유수입국이자 소비국으로 올해 6월 기준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평균 약 175만 배럴 수입하고 있다. 이는 인도 전체 석유 공급량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트럼프의 압박에도 인도는 경제적 이익 관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돌파구도 마련할 수 있다. 인도는 첨단소재와 기계, 희토류 등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향후 SCO 협력체와 SCO 개발은행 설립을 통해 인공지능(AI), 공급망, 교통, 에너지, 디지털 네트워크 등 분야의 협력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과 인도 간 동상이몽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나갈 가능성은 커졌지만, 인도가 반서방, 반미 전선에 서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도는 여전히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과의 관계악화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과 인도 양국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인도를 둘러싼 미·중 간 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고, 인도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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