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개념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쉽게 설명하면, 길 가다가 붕어빵을 사먹을 때 지폐(법정화폐)로 값을 지불할 수 있지만, 내 예금계좌서 판매인의 예금계좌로 송금해 지불해도 된다. 이 경우 은행에 예치해 놓은 요구불예금을 통해 민간화폐를 발행해 상인에게 대금을 결제한 것이다.
대통령이 화폐발행권한을 은행이 100% 독점한다고 언급한 것은 오직 은행만이 요구불예금을 현금성자산 형태로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자 지급이 거의 없는 저원가성예금이다. 보통 시중은행 전체 수신잔액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은행은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재원을 갖고 이자 높은 대출로 굴려서 이자수익을 얻는다. 때문에 은행이 독점하면서 돈을 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돈은 국민이 언제든 바로 찾을 수 있는 단기자금이라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국민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은 오랜 기간 글래스-스티걸법을 시행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시킨 법인데, 고객이 상업은행에 맡긴 예금을 돈 떼일 위험성이 큰 투자에 투입하지 말라는 취지다. 최근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미국채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후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를 목격하면서 미국 학계 일부는 은행의 신용 중개기능인 대출과 투자는 크레디트펀드 등에 맡기고, 은행은 고객 예금으로 오직 ‘내로 뱅킹(Narrow Banking)’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내로 뱅킹이란 요구불예금은 대출금이나 투자금으로 내주면 안되고, 100% 중앙은행 지준계좌에 보관하다가 고객 요구 시 언제든 안전하게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엔 딜레마가 있다. 예금을 재원으로 생산적 금융에 투입할 수 있느냐이다. 생산적 금융은 상당 수준 원금손실 확률에 노출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 재원으로 위험을 부담해 민간 투자 위험을 낮춤으로써 은행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 국가 재정의 계속적 투입엔 한계가 있고, 또 국가 재정이 일정 분량의 후순위로 받쳐주더라도 경기변동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시장충격 발생 시, 후순위 비중 이상으로 손실이 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모두 상업은행(예금은행)이다. 따라서 생산적 금융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은행을 세워야 한다. 며칠 전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서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는 “금융권의 인베스트뱅크(투자은행) 역할을 키우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정책입안자 또는 금융인이 아닌, 산업계 대표가 가장 정답에 가까운 정책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