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법상 자유로운 도급계약이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제로는 근로자 파견처럼 운영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도급과 근로자 파견의 구별 핵심은 ‘지휘·명령권’을 누가 행사하는가에 있다. ‘근로자파견’은 사용사업주가 직접 그 사업을 수행하면서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파견받아 업무에 투입하고 그 근로자를 직접 지휘·명령하여 노동력을 제공받는 것이다. ‘도급’은 하청이 원청으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하청이 근로자를 고용하고 하청이 직접 그 근로자를 해당 업무에 투입·지휘·명령함으로써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급에서는 원청이 하청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할 수 없다.
만약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계약 명칭이나 형식이 도급으로 돼있다 해도 사실상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같은 것으로 보아 파견법 규율을 받게 된다. 아울러 원·하청은 파견대상업무 위반 , 파견기간 위반 및 무허가파견 등 파견법상 규정을 위반한 ‘불법파견’으로 사법처리를 받게 되고, 원청은 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받는다.
‘불법파견’이 아직 산업현장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 재가를 거친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도급이 적법하다는 전제로 사내하청의 특정한 근로조건 및 근무환경에 대하여 원청으로 하여금 공동사업주 또는 단독사업주의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 ‘불법파견’인 도급의 경우에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직접 사용자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이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는 ‘불법파견’ 사업장에서 하청근로자의 임금수준 결정을 누가 하냐는 의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해당 하청이 도급비 외에 여타 매출이 없고 원청이 설계하고 매년 조정하는 도급비 내역에 따라 하청근로자의 임금액이 결정되는 사실관계가 여실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원청은 노란봉투법상 하청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인정됨과 동시에 ‘불법파견’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게 되고, 원청의 직접고용 요구 또는 원청 직원과 동등한 임금인상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그간 고의 또는 적법운영에 대한 경각심이 없던 원청으로서는 자업자득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고유 사업특성상 부득이 원청보다 전문적이고 업무노하우 등 기술력을 보유한 하청업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사업근간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득이 사내하도급을 활용해야 하는 사업장은 도급업체 선정 및 도급계약, 도급비 구조, 도급실적 확인 등 도급업무 전반에 걸쳐 그간의 관행을 탈피하고 소위 도급 2. 0을 실행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본질적인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