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차전지 산업 위기, 안에서 온다

입력 2025-09-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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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미국 행정부의 전례 없는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우리 배터리 산업의 최강점인 ‘삼원계 리튬이온 이차전지’ 경쟁력을 중국 공급망에 종속시키려는 시도가 또다시 조용히 재개되고 있다. 이번 위기의 핵심은 ‘핵심 소재 할당관세 무제한 유예’가 2026년 재개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망라하며, 특히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중심으로 예고되어 있다.

할당관세 유예 제도 자체는 본래 긍정적 목적이다. 생필품 가격이 수급 불균형으로 급등할 때,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국외 대체재를 긴급 수입하는 전략적 관세 유예 제도로, 그 혜택이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돌아가며 공급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할당관세 유예로 국내 전구체산업 괴멸

그러나 이런 순기능이 생필품이 아닌 제조업 원자재나 중간재에 적용되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특히 ‘NCM 삼원계 전구체’와 ‘양극 활물질’ 자체에 적용될 때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예정대로 할당 관세가 유예되면 어림잡아 양극 활물질 단가의 3~5% 혜택이 주어진다. 사실상 ‘변칙적인 직접 보조금‘ 역할을 하게 된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을 넘어 몇 년간 집중적으로 시행된 ‘삼원계 전구체 할당관세 무제한 유예’로 미드 니켈에서 하이 니켈, 심지어 울트라 하이 니켈까지 전구체는 중국에 완전히 종속됐다. 일부 양극활물질 제조사의 중국 합자사는 중국 유력 전구체 제조사 내 전용 라인일 정도로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된 건 ‘미지의 사실’일 게다. 이 제도는 관련사 중 하나라도 반대하면 시행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모든 양극 활물질 제조사가 합심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할당관세 유예로 국내 전구체 산업 기반 괴멸을 자초했다.

2022년 이후 할당관세 유예가 폐지될 때까지 양극 활물질 제조사의 전구체 수입량과 혜택은 연간 수조 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이 삼원계에 집중한 탓에, 양극활물질 제조 기술력의 핵심인 전구체를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서 더더욱 산업 전체가 흔들렸던 것이다. ‘사실상 보조금’으로 연명하던 게 우리의 민낯이다.

그러다 2022년 8월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로 상황이 급변했다. FEOC(외국우려기관) 해당 국가 기원 원료나 중간재 사용이 제한되고, ‘관리되고 투명한 공급망’으로 생산된 배터리 셀만 미국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앗 뜨거워!’ 하며 할당관세 유예가 중단되었다.

‘국민 세금 기원의 변칙 산업 보조금’이 사라진 몇 해 동안 우리나라 양극 활물질 제조사의 당기 순이익은 처참했지만, 외려 그 덕분에 중국 전구체 산업이 우리나라와 합자사를 구성하며 ‘삼원계 전구체 산업’의 리쇼어링이 진행되었다. 붕괴 수준이었던 양극 활물질 원료 및 중간재 공급망 부활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과거 ‘공급망 붕괴’ 재연 우려 간과 안돼

그런데 이제 2026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 관세 수입을 이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일각의 반론도 있지만, 불과 몇 년 전 경험했던 공급망 붕괴는 물론 IRA의 충격 속에서도 간신히 살아난 공급망과 완제품 소재 생산 기지의 리쇼어링마저 다시 한 번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려운 산업 생태계의 복원력이 바로 지금 위기에 서 있고 우리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미 역초격차 상황에 ‘할당 관세 유예’라는 ‘링거’를 꽂아주는 게 진정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음을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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