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아파트 경매시장이다. 지난 8월 한 달간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약 3000건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에 월평균 1000건 남짓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거래 활성도를 나타내는 낙찰률은 37%에 그쳤다. 즉 10건 중 4건이 채 낙찰되지 못했다는 의미로서 60%에 육박했던 2021년도에 비하면 확연히 위축된 상황이다. 높은 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신규 경매물건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매수세 둔화로 기존 경매물건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심각한 적체를 보이고 있다.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은 올 상반기까지 평균 87% 안팎을 유지했으나,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방 아파트 경매시장이 가격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 90%대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6월 98.5%로 정점을 찍은 뒤 7월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는 정부의 연이은 대출규제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사실상 막히면서 경매시장은 현금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력한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재건축 아파트와 선호 단지의 낙찰가율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매로 낙찰받은 주택은 실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에 현금 자산가 입장에서는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 다만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 속에서 높은 매도호가만 유지하는 단지가 많고,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인상이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둘 때 자금력이 충분한 수요자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파트에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전략이 한층 더 안전할 것이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실수요자에게는 연립·다세대, 특히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빌라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 정책 기조와 맞물려 가치상승 기대가 크고, 향후 입주권 전환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주택은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되는 점은 실수요자에게는 추가적 장점이다.
수익형 부동산인 업무·상업시설 진행건수는 6000건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대표 상권이었던 서울 동대문 쇼핑몰과 신촌 일대 상가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낙찰률은 고작 10%대, 낙찰가격은 감정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폐업률과 공실률 상승, 온라인 소비 확산이 겹치면서 상가 시장은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는 단순히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개별 입지와 수익률을 꼼꼼히 따지는 옥석 가리기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토지 경매시장도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전국 토지 낙찰률은 10%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낙찰가율은 40%대를 보이고 있다. 공매시장에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토지가 쏟아지고 있으나 매수자가 없어 연달아 유찰되는 상황이다. 건설경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