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안병억의 유러피언 드림] 유럽통합 촉진하는 ‘트럼프 효과’

입력 2025-09-11 18:3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구대 군사학과 교수·국제정치학

美 관세압박, EU와의 가치동맹 깨
유럽 공동안보 위해 결속 단단해져
유로채권 발행해 방위력 강화 꾀해

‘트럼프 효과(Trump Effect).’ 트럼프의 반이민 포퓰리즘 정서를 추종하던 타국의 정치인들이 참패하면서 이 용어가 회자된다. 캐나다 보수당의 폴리에브르 총재는 트럼프 취임 전 지지도가 여당인 자유당 총재보다 최대 28%포인트나 앞섰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총선에서 대패했다. 브라질은 트럼프가 쿠데타를 기도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50% 관세를 부과하자 현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았다.

트럼프는 2022년 대선 패배 후 친위 쿠데타를 기도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룰라 대통령이 핍박한다며 흑자를 기록 중임에도 정치적 목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 룰라 대통령이 보복관세로 강경대응하자 지지도가 지난 1월 후 최대로 상승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이 효과가 다소 다르게 작동 중이다. 트럼프가 의도치 않게 유럽연합(EU)의 통합을 강화하는 촉진제가 되고 있는 것.

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EU를 맹비난했다. 지난 2월 “유럽연합은 미국에 사기를 치려 조직됐다”고 공격했다. 지난해 2000억 달러가 넘는 상품 무역 흑자를 낸 지역 블록을 저격하는 자리였다. 보호무역을 앞세우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에게 EU는 자유무역 유지와 2050년까지 넷제로 ‘그린 딜’을 천명하며 대척점에 서 있다.

유럽통합은 70년이 넘는 역사에서 독일과 프랑스 등 회원국의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서로 긴밀하게 작용하며 진행돼왔다. 트럼프 집권 이전 미국은 통합을 격려하고 ‘유럽’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가치공동체 서구(The West)를 유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틀을 과감하게 허물어버린다. 이럴 때 EU가 구심점이 돼 미국의 일방주의에 공동대응하며 점진적으로 통합을 강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종전에 대한 유럽의 정책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백악관에서 유럽 정상들과 다자회담 전 회동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 혼자 책상에 앉아 있고, 나머지 정상들은 책상 없이 의자에 부채꼴 모양으로 앉아 있다.(백악관 X계정)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백악관에서 유럽 정상들과 다자회담 전 회동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 혼자 책상에 앉아 있고, 나머지 정상들은 책상 없이 의자에 부채꼴 모양으로 앉아 있다.(백악관 X계정)

지난달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8명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 대통령 탁자 앞에 유럽의 정상들이 차례로 앉아있는 모습을 일부 언론은 “교장 선생님이 말썽꾸러기 학생을 혼내는 듯하다”며 유럽의 치욕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회담의 이면을 보면 사뭇 다르다. 유럽의 주요국 정상들이 일치단결해 미국이 요구하는 조속한 휴전·평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평화를 요구했다.

휴전·종전을 감시할 재보장군(평화유지군)도 미국의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번 회담에서 성과가 있었다. 미국이 공군력 일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회담 이전까지 트럼프는 그 어떤 무력을 동반한 안전보장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휴전 후의 안전보장에 유럽의 주요국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협상 카드가 있었는 데다 일치단결해 미국과 협상했기에 가능했다.

국방은 통합이 가장 뒤처진 분야다. 회원국들의 안보 인식이나 전략문화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EU 27개 회원국 상당수는 러시아를 제1의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임에도 이 전쟁의 휴전 협상에 유럽을 배제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방기될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가 주도해 우크라이나 재보장군의 규모와 구성 등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다.

지난달 이 칼럼에서 썼던 방위력 증강에서 유럽산을 우선 구매한다는 ‘바이 유러피언’도 마찬가지다. EU 차원에서 1500억 유로, 약 240조 원의 유로화 단일채권이 발행된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 후 단일채권이 발행된 후 두 번째다. 240조 원은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매하는 데 지원된다. 방공망이나 사이버전쟁,드론전 등 회원국 모두가 공동 구축하고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방어에 유리하다. EU를 증오하는 트럼프가 통합의 촉진제가 된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186,000
    • -1.01%
    • 이더리움
    • 4,712,000
    • -0.34%
    • 비트코인 캐시
    • 853,500
    • -3.01%
    • 리플
    • 3,111
    • -3.5%
    • 솔라나
    • 206,000
    • -3.15%
    • 에이다
    • 655
    • -2.09%
    • 트론
    • 428
    • +2.64%
    • 스텔라루멘
    • 376
    • -0.53%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940
    • -1.5%
    • 체인링크
    • 21,220
    • -1.3%
    • 샌드박스
    • 221
    • -3.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