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1.2조·네이버페이 8000억 규모
카드 수수료 연 20조 원 시장 재편 가능성
K콘텐츠 연계 원화 국제화 전략 기회 부상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일상의 금융 거래가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금융·IT 업계 지형도 뒤바뀔 전망이다. 새로운 결제 수단을 넘어 한국 금융 산업 전체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거란 관측이다. 업계와 정치권은 은행과 IT 기업, 전통 금융과 핀테크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금융 거래는 더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해질 거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무역대금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기업들이 연간 수조 원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병덕 의원은 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의원 주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혁신의 미래를 열다' 토론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다"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고 정산기간 없는 지급결제를 받을 수 있는 민생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해외송금과 무역대금 결제 시장에서 일어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유학 중인 자녀에게 생활비 100만 원을 보낼 때 지금은 은행 송금 수수료 약 5000 원을 내고 2~3일을 기다려야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송금 수수료 1천 원 미만에 몇 분 만에 완료된다. 중소기업들이 해외 무역대금을 결제할 때도 기존 SWIFT 방식의 높은 수수료와 복잡한 절차에서 벗어나 즉시 결제가 가능해진다. 카페 사장은 카드 결제 수수료를 2%에서 0.1%로 줄일 수 있고, 해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는 환전 수수료 없이 아마존에서 직구할 수 있게 된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지난달 1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디지털원화 시대 개막' 포럼에서 "무역대금 결제 시 기존 SWIFT 시스템을 통하면 건당 35%의 수수료와 35일의 결제 시간이 걸리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0.1% 이하 수수료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연간 지출하는 무역금융 수수료만 수조 원에 달하는데, 이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도걸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내부 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다면, 국경 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연간 1400억 원의 송금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은 해외 온라인 쇼핑이 획기적으로 편해질 전망이다. 현재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신용카드 해외결제 수수료 1.5~2%와 환율 우대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이런 수수료 없이 국내 쇼핑을 하듯 간편하게 해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글로벌 K-열풍과 시너지 효과도 점쳐진다. 민병덕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 세계 한류 팬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웹툰과 음악을 실시간 즐기고,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이 국경 없이 거래되는 미래"라며 "K-콘텐츠 창작자에게 프로그래밍한 보조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환전 없는 편리한 결제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도걸 의원은 "K-콘텐츠와 관광산업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연계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pop과 연계된다면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우리 문화와 상품을 널리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금융업계는 일부 수수료 수입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 시중은행들의 해외송금 수수료 수입은 연간 약 8000억 원에 달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이 수입에 영향이 클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입이 연간 20조 원인데,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확산되면 이 시장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해외송금 수수료 수입이 사라질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리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100억 원어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그 준비자산 100억 원을 국채에 투자해 연 3~4%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20조 원 규모의 카드 수수료 시장이 흔들리고, K팝 저작권이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되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IT 업계는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농협·기업·수협·iM뱅크·케이뱅크 등 8개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KB국민은행은 'KBKRW' 등 17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고, 신한카드도 'SHCw', 'SKRW' 등 8개 상표를 등록했다.
IT 대기업들도 맞불을 놓고 있다.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 스테이블코인 TF를 출범시켰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1조2000억 원, 8000억 원에 달하는 선불충전금을 바탕으로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