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따라 작동하는 국정을 위협
시스템 허용 범위 내서 운영해야

‘특별’이란 단어가 요즘 유행어다. 특별법, 특별검사, 특별재판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각종 의혹과 비리를 밝혀 처벌하기 위한 특별한 수단이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으론 충분치 않다는 생각으로 특별법을 통과시켜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와 기소 작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여기에 특별재판부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내부 이견도 있으나 지금 기세로 봐선 특별재판부를 엄포용으로만 꺼낸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통령은 ‘특별’의 전성시대를 맞아 8월엔 특별사면까지 거행했다. 여론의 악화를 무릅쓰고 조국·윤미향 등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인사들에게 특별사면의 특혜를 주었다. 이러다간 특별감찰의 등장도 시간문제일 듯하다. 지금은 임기 초라서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여러 정책이 부작용을 낳거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오면 공직 기강에 대한 특별감찰이 진행될 수 있다. 특별 수단에 의지하는 게 습관처럼 되면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국정은 기본적으로 시스템이어야 한다. 원칙에 따라 정상적 방식과 일상적 과정으로 작동돼야 한다. 이 경우엔 특별히 되고 저 경우엔 특별히 안 되는 일이 많으면 곤란하다. 물론 간혹 예외적인 특별 제도나 절차가 가미돼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면 더욱 좋다. 그래도 기본적 원칙과 정규 틀이 더 중요하고 우선시돼야 한다. 그래야만 체제 전반에 걸쳐 보편성·일반성을 기하고 형평성·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
법, 검사, 재판부, 사면, 감찰 등 국정의 핵심 요소에 특별이란 수식어가 남발되면서 정상적인 일반 시스템을 압도하고 위축시킨다면 심각한 일이다. 정파성, 편파성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리 정한 특정 결과를 내기 위해 특별 도구를 변칙적으로 사용한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이런 논란과 의심이 커지면 반대·비판 측을 억누르기 힘든 건 물론이고 일반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려워진다. 가장 근본적인 폐해로, 예외적 변칙 의존증은 국정의 보편성, 일반성, 형평성이라는 핵심 가치들을 해치고 국정 전반을 고장 낸다. 자칫하면 독선, 독주, 심지어 독재로까지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왜 망했나? 정상 시스템을 벗어나 특별 수단에 잘못 의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계엄을 선포하고 특별 조치를 통해 국정의 주도권을 쥐려 했다. 정상 시스템에선 국회 의석수의 열세로 국정을 뜻대로 펼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리수를 둔 것이다. 시스템에 순응치 않고 변칙적 도박으로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키려 했던 그의 어리석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익히 봤다. 여기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 정부와 여권은 윤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 열세에 몰려 있는 게 아니다. 굳이 특별 수단에 의존하지 않아도 국정 주도권을 여유롭게 발휘할 수 있다. 정상 시스템을 통해서도 친위 쿠데타와 전 정권의 비리를 충분히 응징할 수 있다. 시스템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여유롭게’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특별 수단들을 동원한다면 시스템에 만족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급속도로 다 성취하려는 과욕 때문일 것이다. 이 과욕은 불안감이나 초조감의 반영일 수 있다. 이번에 상대 진영을 철저히 무너뜨리지 않으면 언제 또 권력의 추(錘)가 반대로 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지방선거·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온다는 초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여권 내 강경파가 지배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차치하고 특별 수단에의 의존이 너무 크다. 이럴 필요 없다. 변칙적 특별 수단을 자제하고 국정을 정상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게 현 정권이 전 정권의 전철을 피하는 길이고 고장 난 국정을 고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