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 딸이 고등학교 진학 전 주변 사립고등학교들의 접근성을 알아보았다. 고등학교에서는 사립학교 비중이 높아지고 남녀분리 학교가 많아져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데, 휠체어를 타는 우리 아이에게는 더욱 제한적이었다.
사립학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특수학급 설치를 안 한 곳이 많다. 지인 중 교육청 장학사가 있어서 알아봤더니 사립학교들은 특수학급 설치를 꺼리는 경우가 많단다. 자연히 이런 곳엔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이 없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교육부의 2022년 9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중 17%의 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거나 적정하게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딸이 수능을 치르는 시점에도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어느 학교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 직접 검색해보고, 사립이면 편의시설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져야 한다.
수능 때만이 아니다. 얼마 전 아이가 일본어 자격시험 신청을 하는데 몇 개 학교가 시험장으로 지정됐다고 하여, 학교 행정실에 일일이 전화해서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물어봤단다. 왜 이런 기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을까? 특히 휠체어 이용 등 이동이 불편한 수험생들에게 화장실 정보는 중요하다. 장애인 화장실 중에서는 크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요한 시험을 보러 가서 화장실 이용에 애를 먹다 시험을 망치는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 학교 장애 편의시설 전수조사와 공개 작업부터 해주었으면 좋겠다. 가급적이면 자세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우선은 각 교육청이 보유한 학교 편의시설 정보를 보기 편한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행정실이나 교육청에 장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전화해서 알아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당장 안 될 경우를 대비해 무의는 뜻있는 교사, 학생들과 함께 장애인 화장실 현황과 엘리베이터 운영 방식 등 장애 편의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엘리베이터-장애인화장실 등 장애 편의시설은 장애 학생이 진학하지 않더라도 모든 학교에 기본 설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학교 다니는 중간에 일시적 장애를 겪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이를 위한 법적 보완책도 있다.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2022년 무의가 연 학교 내 이동권 실태조사 간담회에서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등편의법에 산재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권리를 초중등교육법에 통합적으로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초중등교육법에서의 장애학생 권리보장을 강화하면 사립학교의 의무 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장애인 접근성이 미흡하다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비장애 구성원들이 장애학생, 교원, 학부모, 강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 ‘약한 사람들은 배제해도 된다’는 편의적 사고방식만 머리에 각인될 수 있다.
학교의 의미는 무엇인가. 원래 학교는 입시 공장이 아니다. 학교는 사회로 나가기 전 더불어 사는 삶의 축소판이다. 편 가르고 순위 짓는 배제 대신 포용을, 차별이 아닌 평등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물리적 시설 강화부터 시작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