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뚜기는 또 어떤가. 나는 어릴 적부터 메뚜기 간장조림을 먹었던지라 바삭하고 짭조름한 맛이 익숙하지만 우리 아이들만 해도 ‘어떻게 그런 걸 먹느냐’며 눈살을 찌푸린다.
육류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식품으로 식용곤충이 떠오른단 얘기가 계속돼 왔지만 앞의 예와 같은 이유로 곤충산업의 성장 속도는 더딘 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곤충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양육과 식물성 단백질 식품보다도 인기 없는 육류 대체 식품으로 꼽혔다. 심지어 육류 섭취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해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조차 곤충을 먹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식용곤충 소비의 장벽이 높은 건 영양이나 환경이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 때문이다. 서양에선 오래전부터 곤충을 질병 매개체로 여겨 혐오감이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니 곤충의 형체가 그대로 보이는 제품은 당연히 거부감이 크고, 밀가루나 단백질 바와 같이 가공된 형태의 제품도 외면당해 왔다. 유럽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곤충을 통째로 먹을 의향이 있는 사람은 1%에 불과했고, 샐러드로 먹을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7%, 곤충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디저트라면 먹겠다는 사람은 23%에 그쳤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투자가 적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식용곤충 활용 제품은 비싸진다. 그나마 이런 제품도 슈퍼마켓에선 구하기 어렵고, 식당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대부분이 호기심 많은 틈새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국의 한 정책분석 매거진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곤충 함유 제품의 맛에 만족하는 소비자들 중에서도 다시 섭취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즉 ‘맛있다’는 경험만으로는 이미 각인된 혐오감을 극복하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위원회는 올해 초 농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자외선 처리 밀웜 분말을 유럽연합(EU) 내 신식품으로 판매하도록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합법적으로 빵 100g당 밀웜 4g을 함유할 수 있고, 케이크 100g당 밀웜 3.5g을 함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소비자들의 곤충 섭취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사람들의 입맛은 대체로 보수적이라 혀에 익숙한 맛, 주로 먹는 식재료, 몸에 밴 식습관을 바꾸기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chehot@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