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은 반도체, 바이오,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은 ‘AI 행동 계획(Winning the AI Race: 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하며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중국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한국도 새 정부가 들어서며 AI 반도체 개발 지원, 데이터 규제 완화, 전문인력 양성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AI 기업의 지식재산권(IP) 관리는 기존 제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제조업은 설계도나 완제품처럼 가시적 성과물이 중심이지만, AI 기업의 핵심 자산은 데이터셋, 학습 방법론, 알고리즘의 유기적 결합에서 나온다. 이런 무형 자산은 특허권만으로는 온전히 보호받기 어렵다.
실제로 구글 딥마인드와 오픈AI는 모델을 직접 공개하지 않고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형태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중국 일부 기업은 연구 생태계 확산을 위해 특정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전략을 병행한다. 이처럼 폐쇄와 개방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는 방식은 AI 산업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AI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 보호 수단은 다양하다. 특허권을 통해 학습 알고리즘이나 최적화 기법 같은 구체적 기술을 확보하고, 저작권을 통해 소프트웨어 코드나 데이터셋을 프로그램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다. 또한 영업비밀로 모델 파라미터와 데이터 처리 노하우를 비공개 관리하거나, 서비스 계약을 통해 API 사용 조건을 규정할 수도 있다. 결국 다양한 지식재산 제도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생성형 AI 결과물의 권리 귀속, AI 모델 간 유사성 판단 기준 등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법적 쟁점들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논의되는 특허청의 지식재산처 승격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식재산권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더 나아가 저작권 업무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어야 AI 시대에 맞는 포괄적 지식재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 발명 심사 기준, 데이터셋 보호 제도, 생성물 권리 가이드라인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분쟁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AI 기업들이 불필요한 법적 불확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 개발과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