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영어 potato와 tomato로 보면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듀엣으로 부른, 다른 식으로 발음하는 단어들을 비교하는 흥겨운 노래의 가사에서도 둘은 나란히 등장한다.
You like potato(포테이토) I like potato(포타토) / You like tomato(토메이토) I like tomato(토마토)
두 영어 단어의 어원을 보면 감자는 스페인어 patata를 거쳐 타이노어(카리브해) batata로 거슬러 올라가고 토마토 역시 스페인어 tomate에서 왔지만 더 올라가면 나와틀어(멕시코) tomatl에 이른다. 즉 영어로 바뀌는 과정에서 우연히 모음이 같아지며 짝이 된 것이다.
그런데 식물분류학의 관점에서 보면 두 작물은 정말 가까운 사이로 학명을 봐도 둘 다 가지속(Solanum)인 종들이다. 참고로 가지속에는 가지와 까마중도 있지만, 속(屬)의 하위 분류 단위인 아속(亞屬)에서는 나뉘면서 감자와 토마토만 감자아속(Potatoe)에 들어간다. 실제 감자 열매를 보면 작은 방울토마토처럼 생겼다. 반면 토마토의 뿌리는 평범해 감자 같은 덩이줄기가 없다. 땅 위 모습은 비슷하지만 땅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셈이다.
그런데 감자아속의 또 다른 식물인 에투베로숨의 뿌리 역시 덩이줄기가 없다. 따라서 이들의 공통조상에서 감자 계열이 갈라져 진화하는 과정에서 덩이줄기가 생겨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벼와 밀, 옥수수에 이어 세계 4위 식량 작물인 감자로서는 체면이 안 서는 일이다.
최근 학술지 ‘셀’에는 감자 덩이줄기의 기원을 마침내 명쾌하게 밝힌 논문이 실렸는데, 이 과정에서 감자 자체의 놀라운 기원도 드러났다. 즉 감자는 약 900만 년 전 토마토와 에투베로숨의 교잡으로 생겨난 잡종 식물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종의 게놈이 뒤섞이며 낯선 유전자들이 만나 부모에는 없는 덩이줄기 형성이라는 ‘창발적’ 사건이 일어났다는 시나리오다.
중국농업과학원 선전농업유전체연구소가 주축이 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감자아속 식물의 원산지인 중남미 곳곳에서 채집한 재배(작물) 및 야생 감자와 토마토, 에투베로숨 등 수백 개 식물체 시료의 게놈을 분석해 비교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감자의 덩이줄기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출신’이 드러났고 특히 토마토의 SP6A 유전자와 에투베로숨의 IT1 유전자의 만남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덩이줄기는 녹말을 저장하는 기관으로 식물체가 싹을 틔워 퍼져나가는 영양생식을 가능하게 한다. 보통 잡종은 씨앗을 잘 못 맺어 도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자는 덩이줄기 덕분에 살아남았고 안데스산맥이 솟아오르며 급변한 환경에 적응한 종이 수천 년 전 작물화돼 오늘날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감자가 영어에서 포타토(포테이토)로 바뀌며 토마토(토메이토)와 짝이 된 게 이번 발견에 대한 선견지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