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의 에이스 안우진(25)이 오른쪽 어깨 인대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공을 던지다 다친 것도, 투수 훈련 중 생긴 일도 아니었다. 2군 청백전 뒤 ‘벌칙 펑고’라는 명목으로 수비 훈련을 받다 어깨를 다친 황당한 사고가 알려지며 구단의 선수 관리 체계와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키움 구단은 5일 “안우진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세 차례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견봉 쇄골 관절의 인대 손상이 확인돼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수술 후 약 1년의 재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 병원은 미정이지만 구단은 빠르게 치료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어 “의료진은 수술 후 기존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소견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상 경위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안우진은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 중이며 다음 달 17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다. 복무 기간 중이던 2일 경기도 고양의 2군 훈련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하며 시속 157㎞의 강속구를 던졌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첫 실전 등판이었고 구단은 안우진의 9월 1군 복귀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벌칙성 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청백전에서 패한 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펑고 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펑고는 코치가 타구를 쳐주는 수비 훈련으로 보통 내야수·외야수 등 야수들이 받는 훈련이다. 투수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수술 이력이 있는 선발 투수에게는 더욱 이례적인 훈련이었다.
안우진은 해당 훈련 참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위험을 우려해 훈련 제외를 요청했지만 코치의 권유로 훈련에 참여했고 공을 따라가던 도중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구단은 “훈련 강도는 세지 않았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훈련 중 사고’로 치부하기 어렵다. 수술에서 복귀를 준비 중인 선수를 대상으로 왜 벌칙 훈련을 했는지 왜 야수 전용 훈련에 투수를 포함시켰는지 그리고 그 훈련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를 묻는 비판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선수가 스스로 훈련 제외를 요청한 상황에서 이를 거절하고 훈련에 참여하게 한 구단의 판단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결국 안우진은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로 이미 1년 가까운 재활을 마친 직후였고 이제 막 실전 복귀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어깨 수술로 인해 안우진의 KBO 경력은 사실상 3년 가까이 공백기를 갖게 된다. 마지막 등판일은 2023년 8월 31일. 구단의 예측대로 2026년 후반에나 복귀가 가능하다면 무려 36개월 동안 마운드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야구계에서 어깨 부상은 특히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팔꿈치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회복 가능성이 크지만 어깨는 회복과 복귀 모두가 불확실하다. 대표적으로 한화 이글스 2군 감독 이대진은 선수 시절 전성기 시절 어깨 부상 이후 7년의 재활 끝에 은퇴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안우진 개인의 경력뿐 아니라 키움 구단 전체에도 중대한 타격이다. 키움은 최근 내야수 송성문과 120억 원 규모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안우진과 함께 2026년을 목표로 한 팀 리빌딩의 축을 세워왔다. 그러나 그 중심축 중 하나였던 안우진이 다시 장기 재활에 들어가면서 이 구상 자체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해당 훈련을 제안했던 코치는 사건 직후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은 이를 수용할 방침이다. 키움 측은 “선수단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내부 제도 개선이나 공식 사과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