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에 1만5000원, 한 달에 1만5000원.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승부였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쿠팡 플레이, 애플TV… 가격 이점과 함께 저마다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며 극장과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거했죠. 이제 영화는 더는 극장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데요. 스크린은 비었고 팝콘 냄새도 줄었습니다.
외면당한 극장도 살길을 찾아 나섰는데요. 바로 ‘경험’입니다. 집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경험이죠. 좌석은 눕고 사운드는 몸을 흔들고 화면은 옆 벽까지 튀죠. 그들이 꺼낸 비장의 무기를 소개합니다.
7월부터 배포된 영화 할인 쿠폰 200만 장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으로 시행한 이 사업은 1인당 6000원씩 최대 2편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데요.
효과는 엄청났죠. 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3일 사흘간 극장 관객수는 219만 명으로 전주(173만 1167명) 대비 26.8% 급증했습니다. 특히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지난달 30일 극장 관객수는 86만2234명으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화가 있는 날’ 중 최고치이자 올해 일일 관객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여름방학을 겨냥해 개봉한 신작 애니메이션과 로맨스, 공포 장르 영화 등이 고르게 흥행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에 변화를 일으켰죠. 일시적인 붐일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바뀐 영화관’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는데요. “사운드에 놀랐다”, “이전 영화관이 아니다”, “의자부터 달라졌다” 등의 의견들이었죠. 발길이 끊겼던 영화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국내 최초 우퍼 커스터마이징 사운드관 ‘광음시네마’를 공개했는데요. 이름부터 ‘빛의 속도’에 ‘소리의 울림’을 결합한 이 특별관은 단순한 입체음향을 넘어 ‘신체 진동’이라는 감각 자극까지 노렸습니다.
사운드 시스템은 스크린 아래와 좌우 벽면, 후면에 설치된 커스터마이징 우퍼 스피커로 구성됐는데요. 가청 주파수 외에도 인체가 느끼는 진동 대역까지 설계해 물리적인 소리의 충격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죠. ‘존 윅 4’나 ‘귀멸의 칼날’, ‘듄: 파트2’ 같은 고음압 액션·음악 영화에서 강한 반응을 얻었고 최근 개봉한 스릴러나 음악 중심 영화들에서도 그 효과는 이어지고 있죠.
실제 관람객 후기에는 “총알이 날아오를 때마다 심장이 떨린다”, “음악이 아니라 지진이었다”는 표현이 가득했는데요. ‘귀로 듣는 소리’를 넘어서 ‘몸으로 느끼는 사운드’는 가정용 사운드 시스템으로는 절대 구현 불가능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차별 포인트가 됐죠. 롯데시네마는 현재 전국 11개 지점에서 광음시네마를 운영 중이며 향후 주요 거점 극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운드와 더불어 가장 큰 변화는 좌석인데요. ‘리클라이너’는 더는 고급관의 전유물이 아니죠. 메가박스는 서울 코엑스점 6개 상영관을 ‘르 리클라이너’ 좌석 특별관으로 전환했는데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고 다리 받침이 올라오는 리클라이너. 팔걸이엔 음료·팝콘 홀더는 물론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도 장착됐고 좌석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함을 더하죠.
관람료는 일반관 대비 몇천 원가량 높지만 만족도는 오히려 압도적입니다. 메가박스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3사는 고급 좌석 도입을 통해 고부가가치 상영관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CJ CGV는 사운드와 좌석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몰입형 체험 상영관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4DX’입니다. 4DX는 모션 체어와 함께 진동, 바람, 물, 향기, 조명, 안개 등 다양한 환경 효과를 연출해 마치 영화 속 현장에 들어간 듯한 생생함을 제공하죠. 액션, SF, 애니메이션 장르와 특히 궁합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관객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직접 움직이고 반응하게 되죠. 액션 장면에 맞춰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이 불고 향기가 퍼지는 순간 “이건 영화가 아니라 놀이기구였다”, “테마파크에 간 기분”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4DX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몰입형 콘텐츠와 연결된 플랫폼으로 진화 중인데요. CGV는 현재 국내외에 약 1200개의 4DX·스크린X 특별관을 보유 중이며 2030년까지 2000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화면 자체의 변화도 눈에 띄는데요. CGV의 ‘스크린X’는 정면 스크린 외에도 좌우 벽면까지 영상을 확장하는 3면 상영 시스템입니다. 관객은 마치 장면 속에 ‘둘러싸인’ 듯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요. 광활한 우주, 전쟁터, 도심 질주 장면 등에서 입체적 몰입감을 유도하죠.
메가박스도 ‘MEGA | LED’ 특별관을 선보였는데요. 기존 프로젝터 방식과 달리 LED 픽셀이 직접 빛을 내기 때문에 명암비와 색상 재현력이 뛰어나며 밝기 조절이 가능해 비교적 눈부심이 덜하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죠.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컬러감이 중요한 영상에서 그 장점이 도드라집니다.
공간으로의 변화도 꾀했는데요. 굿즈를 사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캐릭터를 만나는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했죠.
롯데시네마는 최근 애니메이션 ‘퇴마록’의 단독 재개봉과 함께 미니 전시 및 굿즈 팝업스토어를 개최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는데요. 주요 장면과 캐릭터 아트워크로 구성된 전시 공간과 함께, 로고 보틀·엽서·키링 등의 증정 이벤트, 굿즈 판매존까지 운영되며 팬층을 공략했습니다.
CGV는 야구팬을 겨냥했는데요. ‘LG 트윈스 vs 두산 베어스’(잠실), ‘SSG 랜더스 vs 한화 이글스’(대전) 등 인기 KBO리그 경기를 주요 지점 상영관에서 중계, 매주 일요일 스포츠 관람객 유치에 나섰죠.
이처럼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을 설계하는 중인데요. OTT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현장감, 팬 문화, 응원 관람 등 다양한 방식의 몰입을 도입해 관객 접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