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만료 10시간 전 스위스 대통령과 통화 후 격노
미국 대표단과 합의 초안 준비한 스위스 당혹
그리미어 “합의할 때까지 합의한 것 아냐”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마감 시한인 8월 1일을 불과 10시간 남겨 놓은 시점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8시(스위스 시간)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 관세를 담판 짓기 위한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얻은 건 없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무역수지에 변화를 줄 만한 것을 요구했지만, 켈러-주터 대통령은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뒤 스위스에 39%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4월 2일 발표했던 31%보다도 높은 수치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율 산정 공식까지 공개하며 관세 부과의 타당성에 집중했던 것을 고려하면 39%라는 숫자는 갑작스러웠다. 소식통은 “스위스에 부과된 39%는 랜덤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관세율이 애초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높아졌을 뿐더러 미국 정부와 긍정적으로 진행하던 협상이 갑자기 엎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스위스는 서비스, 외국인 투자, 협력 제안 등 광범위한 분야를 놓고 미국과 대화하고 있었다. 양국 대표단은 이미 협상의 틀도 마련한 상태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초안에 동의했던 만큼 스위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승인이 형식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최후 통화에선 스위스 상품 무역 흑자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어 대표도 돌연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린 무역적자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에 전혀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위스가 엄청난 양의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양국 대표단이 합의안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스위스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과장된 표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모든 국가와 서류를 주고받고 그 서류를 다시 각국 정상에게 가져가 지침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진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유럽연합(EU)이 15% 관세를 받아들인 것과 달리 스위스는 39%라는 엄청난 관세를 받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뺨 때리기’가 중립국 스위스를 무역 전쟁 십자포화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스위스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은 미국과의 긴밀했던 관계가 갑자기 깨진 이유를 알아내고자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