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협력 민간단체들은 그동안 정치적, 제도적, 행정적 제약 속에서 활동의 지속성과 자율성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장애 때문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었으며, 협력 기준이 달랐다. 통일부 예산은 정권의 대북 인식에 민감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3년 연속 예산이 삭감되었고, 협력기금의 집행도 저조했다. 예산 사용이 편중되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 주민 접촉 신고는 불허되었고, 활동에는 행정 제재가 따랐다. 일부 단체는 종북 또는 반국가단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기도 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에도 제약이 가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의 공동 보건 사업, 유진벨 재단의 결핵 치료 사업이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협력의 조력자나 촉진자가 아닌 통제자였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함께 가야 할 파트너다. 대북 교류·협력이 연속성을 가지려면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협력관계에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첫째, 정부는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율성 제한은 신뢰 축적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정권의 바뀜에 관계없는 유연한 접근이 북한의 협력 유인을 높일 수 있다. 국제사회와의 연대에도 마찬가지다. 국제 NGO를 통한 북한 주민의 접촉과 협력은 정부가 촉진해야 할 영역이다. 북한 주민 접촉신고제의 간소화가 필요하다. 사전승인제가 아닌 사후보고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기관이나 시민들과의 접촉에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듯, 북한 주민과의 접촉에도 마찬가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협력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별 독자적 권한도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민간단체는 정부의 정책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정파적 접근보다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의제를 제시하면서도 여론 형성과 감시 기능으로 공공의 이익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민간단체를 압력단체(Pressure Group)라고 하지 않는가. 직접 권력은 없으나 정책 감시자로서 정부 정책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감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여론을 조직화하는 동시에 국내외 다양한 단체와도 협력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캠페인과 교육을 통한 시민의식의 제고와 참여 확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인도적 지원 및 문화 교류 목적의 민간단체 접촉 신고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에서 전면 불허되었던 상황의 변화로 민간분야 교류·협력의 복원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반응에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만 차근차근 취해나가면 된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노력과 민간분야의 협력이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