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주류 소비 늘어 ‘풍선효과’
‘시장 맞서는 정책은 실패’ 보여줘

지난 6월 중국의 모든 공무원에게 업무상 식사 자리에서 고급 음식과 술을 금지한다는 지령이 하달되었다. 원래는 시진핑 주석이 선임된 첫해인 2012년 공무원의 낭비와 부패를 줄이기 위한 규정(절약 실천과 낭비 반대에 관한 조례)이 신설되었다. 그런데 모호한 내용이 있어서 어떨 때는 규정을 엄하게 적용하다가도 경기가 나쁘다고 판단되면 느슨하게 법 적용을 하기도 했다. 금년의 조례 개정안은 좀 더 확실하고,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중국 현지에서는 사실상 공무원 금주령으로 받아들인다.
중국 식문화에서는 중요한 회의일수록 좋은 음식과 고급술이 나와야 한다. 금주령으로 중국의 고급술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마오타이는 오랜 기간 시가 총액 기준으로 중국에서 첫째 기업이었고, 2024년에도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젠 그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마오타이의 매출액은 지난 8년 동안 연속해서 두 자릿수로 증가했지만, 금년에는 9%로 낮춰 잡았다. 또 다른 유명 주류기업인 우량예의 주가는 올해 상하이증시가 10% 오르는 동안 거꾸로 9%나 하락했다(28일 종가 기준).
경직된 사회에서는 위에서 하달된 명령을 일선 부서에서 더 엄격하게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으려면 납작 엎드려야 한다. 산둥성 어느 지역에서는 말단 공무원 세 명이 점심시간에 함께 훠궈(중국식 샤부샤부)를 먹었다고 경고를 받았다. 안후이성의 모 정부 기관에서는 부서장이 아침마다 부서원을 모아놓고 음주검사를 했다고 한다. 위에서는 ‘고급’과 ‘낭비’를 지적했으니, 아래에서는 어울려 먹거나, 알코올 냄새가 나도 큰일 나는 분위기다. 마오타이가 5월 개최한 주주총회 만찬장에서는 술 대신 오렌지 주스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술 회사 잔치에 술이 빠졌으니 주가가 폭락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경제학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는 주어진 제약 아래에서 무작정 순응하기보다는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찾게 된다고 한다. 중국 속담에도 ‘위에서 정책을 내면, 아래에선 빠져나갈 대책을 마련한다(上有政策, 下有對策)’라는 말이 있다. 이번의 금주령은 2012년의 조례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고급술을 금지하기 시작한 2012년 전후 중국 술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두 명의 중국 학자가 2022년 발표한 논문(The Substitution Effect of Chinese Anti-Corruption Alcohol Ban)은 2012년에 시행된 반부패를 위한 금주령이 정부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중차분법을 이용한 연구에서 이들은 금주령 도입으로 와인 수입은 67%(금액 기준 48%) 증가했고, 증류주 수입에서는 단가가 높은 술의 수입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중국 소비자가 중국 술 대신 수입 와인을 마시고, 선물용으로 고급 위스키를 찾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금주령으로 중국 술 회사의 누적초과수익률은 떨어지고, 글로벌 주류회사의 그것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초과수익률은 특정 기간 해당 기업의 주식 수익률과 시장 평균 수익률을 비교한 지수다. 공무원 부패를 막으려고 술 못 마시게 했더니, 자기네 술 회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미국 술 회사는 횡재했다.
금년의 개정된 금주령 역시 같은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짙다. 소비가 위축되고, 불만이 쌓여도 고급 중국 술이 적게 팔리면 반부패 정책이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할지 모른다.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시장보다 이념을 중시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