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보조금 대신 AI·보안에 ‘수조 원’ 투자
정부 “통신비 인하될 것” 기대하지만⋯시장은 ‘관망’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동통신 시장에선 과열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통신 3사도 보조금 경쟁에 신중한 태도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갤럭시 Z 시리즈를 대상으로 최대 60만 원 수준의 공통지원금을 유지 중이다. 이는 갤럭시 S25 시리즈보다 두 배가량 높은 액수지만, 기기 출고가가 250만 원을 넘는 Z 폴드7 기준으로 보면 체감 할인 폭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통신사들이 보조금 출혈 경쟁을 자제하는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분야 대규모 투자가 지목된다. SK텔레콤은 AI 투자 비중을 2023년 12%에서 2028년 36%로 확대할 계획이며, 누적 투자액은 이미 6000억 원을 넘었다. KT는 2027년까지 AI에 7조 원을 투입하고, 올해 AI 사업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유플러스도 2028년까지 최대 3조 원을 AI에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1조3000억 원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앞서 SKT 해킹 사태를 계기로 한 차례 보조금 경쟁이 벌어진 점도 변수다. SKT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위약금을 면제했고, KT·LG유플러스는 이를 계기로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이후 통신 3사는 일제히 보안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KT는 2030년까지 보안에 1조 원, SKT·LG유플러스는 각각 7000억 원을 투자한다. AI와 보안에만 최소 7조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통법이 폐지됐지만, 11년 전과 같은 통신시장 과열 양상이 나타나긴 어려워 보인다”며 “(통신사) 측면에서 보면 (장려금 투입은) 비용만 늘지 매출 증대가 어려워 타사 가입자를 뺏어와 봐야 실익이 없다”고 봤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도 “단통법 폐지 하에서도 통신사들이 무리한 마케팅을 유발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단통법 폐지 판매(sell on) 역시 일시적일 것”이라고 했다.
통신사 간 번호이동 건수도 미미한 수준이다. 단통법이 폐지된 22일부터 일주일간 번호이동 건수(알뜰폰 제외)는 11만3629건으로 집계됐다. 22일(3만5131건)을 제외하면 일별 번호이동 건수는 1만 건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애초 정부가 기대했던 보조금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단통법 폐지로 단말기 비용이 개선되고, 요금제 인하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통신비 인하는 과기정통부의 숙제”라고 밝혔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초기라 통신 3사 모두 눈치 보고 있는 거 같다”며 “예전 통신사 간 출혈경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기조도 보인다”고 말했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가입자 유치 활동이 소폭 많아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단통법 이전처럼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것이 적합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