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커는 떠나지 않는다. ‘페이커’ 이상혁(29)이 소속팀 T1과 4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2029년까지 팀에 잔류한다. 한 팀에서만 17시즌을 뛰게 된 e스포츠 사상 유례없는 장면이다.
T1은 27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농심 레드포스와의 홈경기 종료 직후 팬미팅 행사 중 이상혁과의 재계약 소식을 깜짝 발표했다. 시즌 종료 뒤가 아닌 경기 당일 현장 발표는 이례적이었다.
현장에 있던 관중들 사이에선 환호와 감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이상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번에 T1과 함께하게 됐고 항상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짧게 인사했다.
이번 재계약으로 이상혁은 2029년까지 T1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2013년 T1의 전신 ‘SK텔레콤 T1’에 입단한 이래 단 한 번도 이적 없이 한 팀에서만 12시즌을 소화했다. T1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넘어 e스포츠의 상징이 된 페이커, 전설로 남을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이상혁은 단순히 재계약 발표의 주인공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입증했다. 농심 레드포스와의 LCK 정규 리그 2세트에서 LCK 통산 최초 3500킬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팀의 2대 0 완승을 이끌었다.
이상혁의 커리어는 이미 하나의 역사다. 그는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에서 무려 5회 우승(2013, 2015, 2016, 2023, 2024)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대표로 나선 아시안게임에서는 2018년 자카르타 은메달, 2022년 항저우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가대표의 품격도 보여줬다. 라이엇게임즈는 그의 업적을 기려 지난해 출범한 LoL 전설의 전당(Hall of Legends) 초대 헌액자로 이상혁을 선정했다.
통상적으로 e스포츠 프로 선수의 전성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대부분은 25세 안팎에서 은퇴한다. 하지만 이상혁은 만 29세에 다시 4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2029년이면 그는 만 33세. 프로게이머로선 흔치 않은 ‘30대 현역 프랜차이즈 스타’가 탄생한 셈이다.
그는 이미 2022년 재계약 당시 T1 지분(스톡옵션)을 일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에도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파트 오너’로서 T1과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