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옥 칼럼] 기본소득은 국가경제 운용의 기본이 될 수 있는가?

입력 2025-07-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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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월 100만’ 지급시 1년예산 털어야
실현불가능에 채택한 선진국 없어
‘이론 거스른 정책은 실패’ 깨닫길

어떤 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가를 불문하고 국민경제의 성장 못지않게 소득분배는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추구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가만 다를 뿐이다. 보편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도 그런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생계를 안정시키고 소득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 보겠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기본소득을 국가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경우는 아직 없다. 기본소득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미국 알래스카 주의 ‘알래스카 배당(Alaska Dividend)’이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알래스카 주는 유전을 포함하여 자연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의 25%를 ‘알래스카 영구기금(Alaskan Permanent Fund)’으로 적립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기금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배당의 형태로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2024년 알래스카 배당의 수혜자는 약 60여만 명이었고 한 사람이 받은 액수는 미화 1702달러였다. 유가상승 때문에 2023년보다 30% 증가한 금액이다. 이 금액은 같은 해 알래스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7만4150달러의 2.3%에 해당한다. 알래스카 배당은 영구기금의 운용수익에 따라 매년 변한다. 코로나로 수익이 감소한 2021년에는 1114달러였다.

알래스카 이외에 기본소득의 시도는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이었으며 그나마 재원부족 때문에 실패하였다. 최근에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의 실험이 있었다. 핀란드의 실험은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진행된 것이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기본소득이 갖는 함의를 모두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험의 디자인에서 몇 가지 결함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2016년 스위스에서는 보편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소득과 고용 여부를 막론하고 모든 성인들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미화 2555달러)을 지급하는 안이었다. 스위스의 높은 생활비와 장차 일어날 자동화 등 고용시장의 변동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유권자 77%의 반대로 폐기되었다.

기본소득은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앞에 깊은 함정이 있다. 선진국에서 기본소득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 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알려진 바가 없다. 무엇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은 난제 가운데 난제이다. 우리의 인구가 5000만이라고 할 때 국민 모두에게 월 1원씩이면 연 6억, 1만 원이면 6조, 10만 원이면 60조, 100만 원이면 연 600조 원이 필요하다. 참고로 2025년 대한민국 정부예산은 총수입 651조6000억 원, 총지출 673조3000억 원으로 되어 있다.

결국 정부예산을 전부 사용하면 국민당 100여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의 모든 복지를 포기해야 하고 국방이고 치안이고, 도로와 항만이고, 연구와 개발 등 나라의 유지를 위한 기본을 모두 해체해야만 한다. 이쯤 되면 기본소득이 우리에게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럴듯한 개념을 생각하는 것은 전혀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실천하려 들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대두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프고 시인 김수영이 말한 것처럼 불온한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운위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이유이기도 하다.

취임하기 전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번 기본소득을 천명하고 나아가 기본자산 등 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슬로건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당선된 다음 그와 같은 언급을 했다는 뉴스는 접한 바 없다. 다행이라고 본다. 야당 대표는 꿈을 꾸는 자리이지만 대통령은 현실이다. 이론을 거스르는 정책은 결국 실패한다. 소득은 만드는 것이 핵심이어야지 쓰는 것이 주가 되면 국가경제는 결국 뒤틀어진다. 기본소득이 현실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기조차 아직 쉽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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