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상 타결이 한국의 대미 무역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관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 유치에 합의하면서 한국은 더 높은 관세를 적용받을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일본이 우리보다 낮은 관세율을 받아 소비자에게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면 한국 제품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관세를 조금이라도 더 높게 받는다면 수출기업의 이익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미·일 협상에서 미국은 일본산 제품의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 관세도 절반으로 인하했다. 일본은 이에 맞서 쌀을 포함한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고 무려 760조 원(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일본이 너무 많은 걸 내준 것처럼 보이지만,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일본 기업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 미국 측은 이 투자가 신규 투자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한국 입장에서도 협상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한국과 미국 간 진행될 2+2 무역협상이다. 윤 실장은 "일본이 먼저 협상을 마쳤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기준점으로 삼아 우리에게 '일본보다 관세율을 높게 설정하면 불리하니 이 조건을 받아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관세 인하를 위해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을 75% 확대하고 농산물·기타 제품 80억 달러어치 구입, 방산계약도 연간 140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로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일본과는 국내 정치·경제 여건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며 "미국산 원유, 천연가스, 집적회로, 자동차 등 주요 수입 품목 비중을 더 늘리거나 현재 수입이 적은 품목 중 미국 제품의 시장점유율 확대 여지를 열어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바이오 에탄올용 옥수수처럼 연료용 작물 수입 확대 방안에 대해선 "미국이 요구하는 품목 자체보다도 금액과 물량이 어느 정도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핵심 관심은 대미 무역적자 축소인 만큼 전체 수입 규모가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측이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윤 실장은 "바이든 행정부 때 한국 기업들의 투자 발표는 미국 입장에선 이미 지나간 것, 즉 매몰비용일 수 있다"며 "앞으로 무엇을 새로 할 수 있을지를 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처럼 대규모 신규 투자는 쉽지 않겠지만 첨단산업이나 철강·알루미늄 분야 등 일부 산업에 한정한 선택적 투자가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몇 년 후에 조정할 수 있다는 전제로 협상에서는 과감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채산성과 건설 난이도 문제로 우리 정부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