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자연식

입력 2025-07-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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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감기환자들로 북적대는 봄철이 지나 여름이 되면 장마와 휴가자로 인해 내원 한자들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여유가 생긴 간호사들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두유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요즘 유행이라고 한다. 그럼 우리도 해보자며 두유제조기를 샀다.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검은콩을 씻어 물과 함께 기계에 넣고 전원을 켜기만 하면 된다. 시식을 해보니 별 맛이 없다. 맛이 없다는 말은 맛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달다 짜다 맵다 시다 쓰다 하는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그냥 물맛과 같다고나 할까.

단호박과 쌀을 넣고 만든 호박죽도 비슷하다. 단호박이니 달 법도 한데 아주 약간 단맛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다. 물을 맛이 좋아 마시는 게 아니듯 두유랑 호박죽도 그럴 것 같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 이것이 재료 본연의 맛이고 자연의 맛이라는 것을. 우리가 맛을 쫓아다니느라 자연과 멀리 떨어져 인공적인 맛에 산다는 사실을.

흰쌀밥이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도 알게 됐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잡곡밥인 흰쌀에 잡곡을 좀 넣는 것이 아니라, 잡곡에 흰쌀을 넣는 식으로(잡곡 4 대 흰쌀 1) 완전히 뒤집어 밥을 짓고 있다.

거칠고 맛도 없다. 그렇지만 건강식이다. 이러니 외식 때나 먹는 흰쌀밥이 엄청 달게 느껴질 수밖에. 흰쌀밥이 당뇨환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셈이다.

여름이 오고 복날이 되면 보양식을 찾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도 의문이다. 땡볕에서 하도 일을 많이 해 허리춤이 헐렁해졌다면 모를까 그냥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닐지 싶다. 더울지언정 땀이 흠씬 나도록 운동을 하고 담백한 자연식을 가까이 하는 것이 진정한 보양이고 건강한 여름나기다. 여름이 지나 환자가 많아져도 두유제조기는 계속 애용할 예정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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