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글로벌 흥행이 돌풍을 일으키며 K팝은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지만 국내 토종 음원 플랫폼 업계는 유튜브 중심 시장 재편 속에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K콘텐츠는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이를 유통할 국내 플랫폼은 외산 서비스에 종속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논란을 빚어온 구글이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음악 서비스를 제외하고 요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동영상 전용 구독 상품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유튜브 라이트 출시로 토종 음원 플랫폼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제기됐지만 프리미엄 이용자들이 유튜브 라이트로 전환하고 음원은 별도로 국내 플랫폼을 통해 소비하는 형태가 확산될 것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합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튜브 라이트의 구독료는 8500원이며 국내 음원 플랫폼의 모바일 전용 요금은 대부분 8000원대 수준이다. 두 서비스를 병행 구독할 경우 월 1만6000원을 넘기게 돼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1만4500원)을 유지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이나마 평평해지길 기대했지만 상황은 지연됐을 뿐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유튜브만 남고 토종 사업자는 도태되며 결국 소비자는 가격 인상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 음원 플랫폼들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니뮤직, 플로, 바이브, 벅스 등 주요 사업자들은 줄줄이 수익성 악화와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는 최근 ‘아이리버’ 부문을 매각하고도 플랫폼 매각설까지 흘러나올 만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구조 개편 흐름을 고려할 때,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행보라는 해석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도 토종 플랫폼들은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의 멜론은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홈화면과 추천 탭을 전면 개편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큐레이션 기능 ‘DJ 말랑이’를 도입하는 등 개인화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맞춤 선곡과 추천 카드 등 사용자 경험 중심의 차별화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오디오 콘텐츠 제작사와 디바이스 부문을 정리하고 사업 구조를 음악·엔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K팝 기업 타이탄콘텐츠에 투자해 걸그룹 ‘앳하트’의 음원·음반 유통과 MD(굿즈) 사업을 전개하는 등, 신규 IP 확보를 통한 수익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들이 구조 개편이니 IP 투자니 하지만 유통 주도권을 유튜브 같은 빅테크에 넘겨준 이상 돌이키기 어렵다”며 “K콘텐츠가 아무리 세계에서 흥행해도 수익은 결국 외산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