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은 논밭을, 자영업자는 일터를 잃었다. 소중한 목숨마저 앗아갔다. 올여름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처참하기만 하다..
'카드 대금 상환 유예', '우대 금리 적용', '연체이자 면제'⋯. 금융사들은 수재민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성금을 기부하고 다양한 금융 지원책도 내놓고 있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의 일상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다.
금융사들이 피해 복구에 정성을 쏟는 것 못지않게 장기적인 대책도 중요하다. 극한 호우 등 이상기후 대응을 위한 집약적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 대응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 '돈줄'을 쥔 곳은 금융권이다. 그동안 금융당국도 저탄소 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기후금융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제정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도 도출했다.
올해 안에는 거래상대(돈을 빌려간 개인·기업)의 탄소배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금융권 탄소배출량 플랫폼'도 구축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은행권의 연간 '금융배출량'은 1억t(톤)을 훌쩍 넘긴 지 오래다. 플랫폼 구축은 금융사의 탄소배출을 데이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크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전환금융'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올해 상반기가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전환금융은 고탄소 기업의 저탄소 전환에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내어주는 게 핵심이다. 제조업 등 고탄소 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도입돼야 할 금융 수단으로 꼽힌다.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니 금융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논의의 불씨를 살릴 여지는 충분하다.
2금융권의 분발도 절실하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에선 여전히 기후금융이 낯선 개념으로 인식된다. 상호금융권에서도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친환경 농기계 구매 자금 등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농업·어업 등 지역 기반 산업은 저탄소 전환 잠재력이 크고 2금융은 이들과 맞닿아 있는 대표적인 지역밀착형 업권이다. 금융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기후금융 모범 국가 성장 토대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