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넥스트라이즈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글로벌 혁신 생태계의 허브(Hub)로 한발짝 더 다가선 전환점이 되었다. 100년 전통의 독일 IFA 대표단이 이제 불과 7회차를 맞는 넥스트라이즈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류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스페인 MWC, 프랑스 비바테크 등 유럽 선진국을 대표하는 혁신 전시회의 수장들이 서울을 찾았고, 28개국 100여 개 해외 스타트업들도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의 혁신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과 활발한 만남을 가졌다.
매년 넥스트라이즈 개최를 즈음해서 “무역협회와 같은 경제단체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무역협회는 우리나라 경제단체 중 가장 먼저 스타트업 지원을 고유 업무로 설정해 수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과 기능의 확장을 넘어 오늘날의 무역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현대적 혁신 방식을 통해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파트너가 된다. 둘째, 스타트업은 새로운 업종과 방식으로 무역의 지평을 확장할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에서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한 대기업 수는 400여 개에 달했으며, 우리 산업 경쟁력의 전반적인 정체 국면 속에서도 스타트업의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4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 넥스트라이즈의 주빈국은 전통의 제조강국 ‘독일’이었다. 독일은 정부·공공기관·대기업·스타트업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하여 우리 기업들과의 활발한 교류에 나섰다. 40여 년 전 선진국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며 근대화를 배웠던 나라에 이제는 독일의 스타트업들이 찾아와 삼성, LG와 협업을 희망하는 시대가 되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무역은 단순히 제품을 팔고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찾는 것은 이제 ‘완성품’이 아니라 ‘파괴적 가능성’이다. 실제로 이번 넥스트라이즈에 참가한 에어버스는 항공기를, BMW는 자동차를 찾지 않았다. 그들은 기후변화,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 등 새로운 분야에서 스타트업들과의 협업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번에 만난 한 글로벌 대기업의 CVC 담당자는 “한국은 이스라엘, 네덜란드와 함께 세계 톱3 테크 스카우팅 국가”라고 말했다. 세 나라에는 작은 국토, 제한된 자원, 그러나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뛰어난 인재, 끊임없는 글로벌 확장 시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세 나라는 바다를 통해 ‘물자’를 이동했지만, 이제는 디지털의 바다 위에 ‘혁신’을 교역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과 독일 스타트업들은 오는 9월 IFA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 유럽의 대기업 및 투자자들 앞에서 IR피칭(pitching)에 나설 예정이다. 무역구조 대전환의 시대에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무역을 열어가는 ‘혁신 수출의 주역’에게 정부와 업계의 전폭적인 응원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