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

입력 2025-07-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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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석 보령신제일병원장

“가슴이 두근거려요.” “네, 언제부터 증세가 나타나셨는데요?” 내 질문에 환자분은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다. “가슴이 아프거나 숨이 차지는 않나요? 혹시 몸이 붓지는 않고요?”

폐렴으로 입원을 해 치료 중이던 환자분이 퇴원을 하루 앞두고 또 다른, 게다가 심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세를 호소하니 주치의로선 걱정스러워 질문 폭탄을 쏟아부을 수밖엔 없었다. 그제야 환자도 의사의 심각함을 눈치챘는지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아니라… 제가 내일 미용 봉사를 하기 위해 노인복지회관에 갑니다. 벌써 40년 가까이 매달 가는데도 이렇게 봉사 나가기 전날이면 가슴이 설레고 마구 뛰어요.”

환자분의 대답에 안도의 숨이 내쉬어지면서, 참 훌륭하고 대단한 일을 하신다며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또 오랜 시간 봉사를 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일어 물어보았다.

젊은 시절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로 우울증이 생겼단다. 삶을 비관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지인의 권유로 함께 가까운 요양원으로 미용 봉사를 가게 되었고, 거동이 어려운 분들의 머리카락을 다듬어 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기뻐하시는 표정과 칭찬의 말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봉사활동을 가기 전날이면 늘 기쁜 표정과 칭찬의 말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을 뛰도록 만들었단다.

병실을 나오면서 가만히 내 심장을 향해 물었다. “과연 너를 뛰게 하는 게 뭐가 있었니?”

돈, 명예 그리고 여러 가지 삶 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 기쁨을 주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했던 거 같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 진정 4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저 아주머니처럼 내 가슴을 뛰게 했던 무엇이 있었던가?

이제 인생의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내게 폐부 깊숙이 찔러오는 질문이었다.

박관석 보령신제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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