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옛날에,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마구 먹어’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풀밭에서 잠을 자다가 파리가 입 속에 쏙 들어가고 말았다. 할머니는 뱃속의 파리를 잡기 위해 거미를 한입에 꿀꺽 삼켰다. 하지만 ‘마구 먹어’ 할머니는 뱃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거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거미를 잡기 위해 개구리를 먹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배 안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개구리를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개구리를 잡기 위해 뱀을, 다시 뱀을 잡기 위해 너구리를, 그리고 너구리를 잡기 위해 수리부엉이를 삼키게 되었다.
할머니의 배는 점점 크게 불어났다. 할머니는 그냥 파리를 뱃속에 데리고 살걸, 후회를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뱃속의 수리부엉이를 쫓아내기 위해 호랑이를 삼켰다. 그렇게 함으로써 뱃속에서 날아다니는 수리부엉이를 잡을 수는 있었지만, 호랑이를 물리칠 짐승은 아무도 없었기에 할머니는 평생 뱃속에 호랑이를 데리고 살게 되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는 뱃속에 집 채만 한 호랑이를 데리고 사는 ‘마구 먹어’ 할머니의 모습이 마냥 재밌고 우스꽝스럽겠지만, 어른들에게는 사뭇 섬뜩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먹보 할머니는 막대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니 말이다. 마치 빚으로 몸집이 거대해졌지만 고통에 허덕이는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처럼 말이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이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산정했을 때, 원래부터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달리던 한국의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 들어 또다시 폭증했다는 뉴스였다. 6월 한 달 새 무려 6조 원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 집값이 정권 교체로 인한 기대심리와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실행을 앞두고 막바지 수요가 물리면서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와는 관계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커다란 빚더미의 상당 부분은 ‘신생아 특례’와 같은 정책 대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닥치자, 새 정부는 ‘규제를 통해 주택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 시장에 맡기겠다’라는 말을 번복하고 첫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6억 원으로 낮춘 한편, 유주택자의 경우 주택을 매수했을 시 6개월 이내 기존의 집을 처분하고 새 집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이른바 ‘6·6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느닷없고 강압적인 규제 대책에 주택 시장은 패닉 상태다. 하지만, 매수심리를 위축시켰을 뿐 실질적인 집값 하락으로는 아직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은 일시적으로 집값 상승을 억누를 수 있을지 모르나, ‘마구 먹어’ 할머니의 식탐처럼,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해결할 수 없기에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5000’이란 새 정부의 경제 목표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빚으로 쌓아올린 ‘빚민국’을 지속했다가는,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빈민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강압적이며 시장을 교란하는 규제 대책보다는, 집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