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구호로 내세웠다. 젠더 갈등 상황 속에 이른바 ‘이대남’의 표심을 잡으면서 집권에 성공한 전 정권은 여가부에 대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이 다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가부 장관인 김현숙 장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속 부처를 해체하는 임무를 숙명처럼 받게 됐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김행 전 후보자는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렇게 간판을 내릴 운명이었던 여가부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살아남았다.
돌이켜 보면 여가부는 힘없는 작은 부처로 민감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그 ‘존망’이 위태로웠다. ‘셧다운제’로 화살이 빗발쳤고 ‘미투운동’에 이르러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권에 따라 부침도 심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여성부로 출발한 여가부는 노무현 정부때 보육·가족 업무까지 넘겨받으면서 여성가족부로 확대됐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여성부’로 쪼그라들었다가 2년만에 다시 복원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가부의 역할 확대를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예산과 인력의 한계 속에 ‘미니 부처’로 존속했던 게 사실이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1조7777억 원으로 정부 예산 비중의 0.27%에 불과하다. 소속 공무원 정원도 280명 수준이다. 그럼에도 하는 일은 전방위적이다. 성평등, 젠더폭력, 여성고용, 가족 돌봄 지원, 청소년 정책까지. 여성 대상 업무를 포괄하는 것은 물론 가족·보육·청소년 이슈까지 망라된 것이다. 업무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타 부처와 협업이 필수지만,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일부에선 여가부의 ‘여가’(Leisure)를 차용해 ‘레저부’가 아니냐는 조롱마저 들어야 했다. ‘없는 살림’에 열심히 일했을 부처 공무원들에게는 참담한 농지거리로 들렸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장관 자리가 채워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해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성평등 정책의 보편화와 가족 지원의 범위 확대를 의미한다. 이는 사회 구조적으로 남아 있는 여성 차별 문제와 최근 두드러지는 남성 역차별 이슈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래서 강선우 후보자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들로 인해 차별 또는 역차별받지 않도록 입체적으로 경도되지 않은 시선으로 살피겠다”고 한 것은 반갑다. 차별만이 아닌 역차별도 살피겠다는 의지가 엿보여서다. 첫 출근길 이후 강 후보자는 14일에 있을 인사청문회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에선 쌍방울그룹 임원의 ‘쪼개기 후원 의혹’, 배우자의 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의 영문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그 기능을 그대로 살린다면 이미 ‘성평등가족부’인 셈이다. 강 후보자가 장기간 리더십 공백 상태였던 부처의 안정과 함께 여성·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길 기대한다. 본인이 소신으로 밝힌 것처럼 “더 낮은 곳, 더 어려운 곳, 더 아픈 곳으로” 국민의 삶을 따뜻하게 감싸는 정책이 나오고 또 실현되길.
김동선 에디터 겸 사회경제부장 matth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