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다리가 세 개인 의자’를 언급한 바 있다. 미국경제라는 의자를 관세, 감세, 그리고 규제완화라는 세 개의 다리가 지지한다는 의미이다. 관세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핵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관세로 인한 성장의 충격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감세를 통해 보충할 수 있다. 지난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전후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를 담은 OBBBA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는데, 이는 감세를 통해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을 자극할 수 있다. 다만 감세로 인해 미국의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 있는데, 이는 관세 수입을 통해 메울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보다 원활하게 사들일 수 있는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완화 등의 정책 지원이 함께 진행되는 바, 감세 및 규제완화의 지원 사격 없이 대규모 관세 부과만으로 밀어붙였던 지난 4월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금융 시장이 어느 정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10% 기본 관세와 여기에 추가되는 상호관세, 그리고 철강, 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 그리고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부과된 펜타닐 관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10%의 기본 관세와 품목별 관세, 그리고 펜타닐 관세는 현재 적용되고 있으며, 추가로 부과되는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90일 유예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 1월 대비 글로벌 경제 성장이 다소 둔화된 면은 있지만 일정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음에도 지난 4월 보여주었던 패닉에 가까운 충격에서는 벗어나는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4월, 고율 관세 부과 직후 금융 시장의 충격과 함께 강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질 때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강행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 경제에 미치는 충격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베센트 재무장관의 발언 등이 이를 반증하는데, 경기 침체를 불사할 것이라는 공포감은 고율 관세 발표와 맞물려 시장에 극도의 공포감을 주었다. 그러나 이런 시장의 스트레스 앞에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 유예를 발표했고, 지난 5월과 6월에는 중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관세 분쟁에서도 적용 유예를 발표하며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결국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조롱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 시장 상황을 감안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감세와 규제완화라는 보완책, 시장의 적응력, 그리고 경기 여건을 반영하는 정책 스탠스 등은 지난 4월보다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관세 부과가 이어지거나 각국과의 협상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글로벌 경제 성장의 위축 우려가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 극도의 공포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지만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