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원인은 공급 부족도 물론 구조적 요인이지만, 근본적 문제는 거래를 유도할 수 없는 제도와 기대 심리에 있다. 보유세 인상, 양도세 중과, 전매 제한, 실거주 요건 등은 매물을 잠그고 동시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거나 유연하게 거래하는 방식도 막혀 있다. 사려는 사람은 자금 조달이 막히고 팔려는 사람은 세금과 규제에 막혀 주저하고 있다. 거래는 줄고, 매물은 사라진다. 존재는 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비유동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좋은 입지는 결국 오른다’는 학습효과는 매도 유인을 더 낮추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와 재건축 활성화 신호는 보유 심리를 강화시키고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거래 의지가 현저히 낮다. 여기에 재당첨 제한 등으로 시장 참여도 줄면서 유동성은 구조적으로 경직되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 회전율을 보면 그 흐름은 더 뚜렷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2015년 8.5%, 2016년 8%에 달하던 회전율은 2023년 1.8%, 2024년에도 2.8%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거래 비율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거래 감소’가 아닌 ‘거래 구조의 경색’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매수자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매물을 기다려야 하고, 매도자가 부르는 값에 사야만 하는 환경이니 가격은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할 수밖에 없다. ‘매물 실종’이 낳은 결과다.
이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유통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집값을 억누르기 위한 정책보다 거래를 정상화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양도세 중과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실거주를 위한 이동 중 불가피하게 2주택이 되는 경우, 매각 기한을 조건부 연장해주고 해당 기간 내 매각 시 감면 혜택을 강화하는 등도 고민해볼 수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의 실효성 제고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임대 혜택은 비아파트에만 집중되어 있어, 실제 시장에서 의미 있는 매물을 유도하지 못한다. 아파트 중심의 실거주 시장을 감안할 때, 선진국처럼 다주택자를 제도권 임대공급자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미국, 독일 등은 임대공급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명확히 구조화되어 있다. 우리 역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임대 공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신규 공급은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청약을 기다릴 만한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4기 신도시 구상이나 재건축 로드맵이 흐릿하게 제시된다면 수요는 청약시장에도 진입하지 않는다. ‘입지가 괜찮은데 분양가까지 매력적인’ 분명한 장점을 제시하고 가시적인 일정, 입지, 규모에 대한 정책 신뢰가 회복돼야만 수요는 움직일 것이다.
지금 시장은 수요도, 공급도, 정책도 ‘정지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가격보다 중요한 것이 시장의 순환이다. 거래가 있어야 수요도 공급도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제는 규제가 아닌 유통을, 억제가 아닌 유인을 고민할 때다. 매물이 돌아야 시장도 돈다. 그 순환의 고리를 다시 잇는 것, 그것이 새로운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