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지 않아도 소비 침체와 수출 축소, 그리고 서울과 인근지역의 부동산 ‘영끌’ 움직임과 대비되는 지방 부동산의 미분양이라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발 전쟁의 확산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는 초고령화와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로 인해 구조상 생산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국 경제의 경쟁력 지표를 경제성장률과 분배 공정성, 그리고 지역 및 계층 간 격차 정도로 볼 때 우리 경제는 구조적, 대외환경 측면 및 국내 경제상황 등 모든 면에서 위기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중 대외요인에 대한 위기관리는 대외경제의존도가 세계적으로 높고, 주변 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어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갖는다. 정부의 역할을 거시경제의 ‘안정’과 대외요인 특히, 안보 측면에서의 ‘안전’이라고 볼 때 신정부는 이 두 가지를 궁극적인 정책 목표로 삼아 위기를 돌파하고 안정을 확보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지난 정권에 대한 보복과 배제는 금물이다. 또 다른 보복의 악순환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 중 당면한 제1과제는 트럼프발 관세에 대한 대응이다. 경제의 안정은 고용 즉, 일자리의 확보에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 제공할 대미투자는 현물 및 자본투자 쪽으로 하고 국내 일자리의 대체가 되는 대미 투자방식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국내 증시의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조속히 실행하여 외국자본을 유입하도록 하면 늘어날 대미 자본투자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본의 경우 2010년 초 기업정보 공개의 확대, 성과목표 설정, 관계자거래 금지, 교차지분 허용, 독립적인 사외이사 지명,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 완화 등 제도 및 표준개혁을 통해 고질적인 기업저평가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안보(national security)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안전의 확보를 우선적인 목표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안전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북한 핵인 만큼 신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고 화해와 공존을 우선적인 목표로 주한미군 주둔 문제 및 동북아 평화정착 문제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기회를 창출하고, 미·중 갈등이 공급망 블록화로 연결되어 우리 제품의 세계시장 판도를 바꾸는 기회가 되고 있는 만큼 이제 경제와 안보는 직결되어 있는 세상이 되었다.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일부 병력의 재조정 등 우리의 안보 관련 사항 또한 경제문제화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새 정부가 해결할 과제는 크고 또 도전적이다. 과제의 도전성 크기만큼 새 정부에 요구되는 활력과 대응의 기민성은 막대하다. 복합위기는 한 측면의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정부가 활력을 되찾고, 기민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유인양립적인(incentive compatible) 제도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한류로 인해 우리의 소프트파워가 높아져 있고, 방위산업과 원전 등에서 연이은 쾌거 소식이 들린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위기 또한 기회로 삼을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고려시대 거란과의 담판에서 여진을 핑계로 강동 6주의 반환을 이끌어 낸 서희의 교훈이 되새겨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