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탄핵ㆍ엡스타인ㆍ경기침체 거론
트럼프, 보조금ㆍ정부계약 해지 시사
두 사람 측근들, 화해시키려 안간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브로맨스가 파국으로 끝났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NBC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자금을 지원한다면 매우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최근 머스크 CEO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한 것에 대한 경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와 관계를 회복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최근 며칠 새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지출 법안인 BBB를 놓고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서 내려온 머스크 CEO가 주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법안을 맹비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DOGE가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정부 지출을 삭감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되레 지출을 대폭 늘려 재정적자를 확대했다는 게 머스크 CEO 주장의 핵심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과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에게 매우 실망했다”며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머스크 측과의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해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머스크 CEO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정부 계약 해지에 대한 성명을 낸 것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후에도 “트럼프 관세 때문에 올해 하반기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적는가 하면 ‘트럼프가 탄핵당해야 한다’는 한 엑스 이용자 게시글을 인용하며 “그렇다”고 동조했다. 나아가 “큰 폭탄을 투하할 시간이다.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가 있다. 그게 공개되지 않은 진짜 이유”라며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비행기를 최소 7번 탑승했다”고 주장했다. 엡스타인은 한때 미국을 뒤흔들었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을 의미한다. 그간 미국에선 그의 성범죄에 연루된 많은 유명 인사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암암리에 전해졌는데, 머스크 CEO가 공론화한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 격화에 테슬라 주가가 5일 하루 14% 넘게 급락하자 머스크 CEO는 한때 화해의 손짓을 하기도 했다. 그는 억만장자 빌 애크먼이 “나는 트럼프와 머스크를 지지하며 그들이 국익을 위해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게시물을 올리자 “틀린 말 아니다”는 답변을 달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미국에 중간층 80%를 대표할 새 정당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자극했다.
한편 두 사람의 측근들은 화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많은 보수층이 이런 상황이 좋지 않으니 서로 껴안고 화해하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투자해 온 억만장자 팀 드레이퍼 역시 “두 사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처럼 보였다”며 “내가 하고 싶은 조언은 목욕물을 버릴 때 아기까지 버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