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임기 첫날을 맞은 이재명 신임 대통령이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면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가동하고,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신임 대통령이 새날 새 아침에 5000만 국민 앞에 제시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실용’과 ‘시장’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편협하고 고루한 진영 논리를 먼저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각오를 피력한 것이라면 이 대통령 선언은 더 반가울 수가 없다. 해결이 급한 국가적 난제가 ‘경제 회복’이란 점에서도 실용과 시장을 중시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새 정부가 큰 혼란과 시행착오 없이 실용적 역할을 다하고 민생·경제도 효율적으로 챙기려면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국정 리더십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시장주의에 방점을 찍은 국정 메시지가 공직 사회는 물론이고 사회 각계각층에 녹아들 수 있도록 앞으로 발언 하나, 행동 하나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임기 초기에 불필요한 혼란과 혼선이 덧쌓이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반대편으로 핸들을 돌리는 식이면 공직사회부터 우왕좌왕하게 마련이다. 명확하게 길을 제시하고, 추진력 있게 달려갈 일이다. 기업의 성장 엔진을 회복시켜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자명한 사실도 곱씹을 국면이다. 주요 경제 6단체가 정부에 건의한 핵심 키워드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다.
시장의 큰 걱정거리는 거대 야당에서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한 더불어민주당의 체질상 반시장·반기업 정책 폭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우회전, 여당은 좌회전 깜빡이를 켜는 혼란이 일 수 있다. 대통령 최측근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논란 많은 정책에 대해 속도전을 다짐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양곡법 등 전 정부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들의 재추진 여부를 묻는 말에 “바로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빼놓고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초강력 정치세력이다. 민주당이 새 행정부와 거칠게 달리기 시작하면 한국 경제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반시장·반기업 입법 폭주는 금물이다. 야당 시절의 입법 공세와 지금의 의사결정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행동에 앞서 발언 단계에서부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지금 시급한 것은 수출 입국의 주역인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손보는 일이다. 규제 개혁, 생산성 회복 등도 급하다. 세상이 다 아는 숙제들을 버려두고 기업 사기를 꺾는 입법 폭주에 나서는 것은 어리석고 섣부르다. 반기업·반시장 발상으론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근처에도 갈 수 없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