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날이 밝았다. 4일은 국권을 수호할 21대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신임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자동 이양받으면서 국가안보를 지킬 중차대한 책무를 즉각 짊어진다. 경제·민생 책무도 막중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5년 임기가 시작된 만큼 역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주어진 두 달간의 대통령직 인수 과정은 없다. 워밍업 없는 실전 투입이다. 첫날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 리더십 공백이 해소된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언과 해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등이 이어지면서 ‘대한민국’호는 혼란의 극을 달렸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 세력 판도가 새로 짜이는 와중에 한국 사회는 갈등과 반목을 일삼았다. 입맛이 씁쓸하다.
3일 대선일까지 대권 경쟁 양상도 참담했다. 내전 수준의 혼란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대행 체제도 모자라 ‘대행의 대행’,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등장했다. 국가 미래를 위한 비전은 간데없이 네거티브 전술이 선거전 전면에 등장해 깊은 앙금을 남긴 것도 뼈아프다. 진영 간 고소·고발전도 난무했다.
새 정부에 절실한 것은 온 국민 뇌리에 남은 참담한 5개월여 기억에 대한 겸허한 성찰이다. 국가적 상처를 치유하는 포용적 행보가 우선돼야 한다. 국무총리 인선도, 정부 구성도 급하다. 하지만 그 어떤 현안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대통합과 화합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깊고 어두운 갈등의 골을 메우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은 십 리도 못 가 발병 날 상황이다. ‘진영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으로 우뚝 서야 한다.
실무적 난제들도 산 넘어 산이다. 우선 안보와 통상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국제 통상 질서를 뒤흔들었지만, 선장 없는 한국 사회는 대응책 마련에 한계를 보였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강대국들이 청구서를 발송할 것이다. 이에 어찌 답하고 어찌 실익을 극대화할지가 관건이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반도 지정학 또한 엄중하다. 트럼프는 전임자들과 다르다. 어설픈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논리는 통하기 어렵다. 눈은 크게 뜨고, 판단은 정확히 해야 한다.
경제·민생도 큰 문제다. 새 정부를 기다린 것은 ‘성장 절벽’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내수 침체와 관세 위기로 금융위기에 맞먹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잠재성장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벼랑 끝 경제’인 셈이다. 인구학적 문제와 기득권 구조를 내버려 둔 채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외 현실이 엄중하다. 반시장·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표만 챙기는 오류를 반복해선 안 된다. 퍼주기 공약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발등의 불은 경제의 선순환 구조 복원이다. 기업이 신바람 내며 일하는 시장경제를 일궈내야 한다. 그래야 미래세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오만은 금물이다. 탄핵도, 독재도, 진영도, 정치보복도 이젠 구시대의 언어가 됐다. 이제 국민과 함께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