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한 미국과 중국은 5월 12일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상호 관세를 90일간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중국에 매기던 관세율은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던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낮아지며, 이 조치는 14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왜 전 세계와 관세전쟁을 일으키는가?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수지 적자를 막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사실상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고임금, 숙련 노동자의 부족, 취약한 (부품)공급망 등으로 인해 제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지 못한 데 기인한다. 전반적으로 미국 상품의 가격과 품질이 우수하다면 절대로 무역상 적자가 계속될 수 없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정답은 오직 생산성 향상을 위한 미국 제조업의 혁신에 달려있다. 다만 혁신은 시간이 오래 걸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내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고율 관세는 물가만 올릴 뿐 무역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실은 관세전쟁에서 약달러에 대한 우려이다. 미국에서 볼 때, 무역수지 적자는 해당 수출국으로부터 자본이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70%에 해당하는 소비는 상품의 상당수를 수입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미 순수출국은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에 자본을 투자하는데, 이때 주로 미국 연방 국채를 매입하게 된다. 이렇듯 상품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흑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자본 흐름과 관련된 고관세 정책의 문제점은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한다는 데 있다. 기축통화란 국제 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인데, 사실상 전 세계가 무역을 위해서 기축통화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진 미국은 자본수지 흑자를 수반하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한다. 미국은 경제 규모 측면에서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자본이 지속적으로 해외에서 유입됨으로써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고 통화 가치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위해 자본조달 비용이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주요한 조건이다. 게다가 달러가 강해져 통화가치가 안정된다면 물가도 안정되어 부정적인 자산배분 효과도 없어지게 된다. 미국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충분한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최상의 금융 안정성을 누리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보면 이러한 권한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제조업을 유치함으로써 자국 내 고용을 증진하기 위해 너무나 급진적인 (보복)관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약달러가 무역수지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여 통상협상의 의제로 상정하여 달러가 많은 통화에 대해 평가절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외환보유액으로 달러를 많이 보유한 국가들은 달러 자산의 손실을 막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달러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약달러 추세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율을 높이고, 보다 낮은 기준금리, 약한 달러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이런 길을 간다면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위상과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고, 유로화나 위안화가 그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과연 소탐대실(小貪大失)은 소인의 몫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