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율곡 이이의 ‘자경문’을 다시 읽다

입력 2025-05-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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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서예가ㆍ한국미협 캘리그라피 분과위원장

5월은 누구나 알듯이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비롯해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이날은 세종대왕 나신 날이기도 하다), 17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이 잇따라 들어있다. 그중에서도 어버이날을 전후해서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는 종종 서툴다. 수천 년을 내려온 효(孝)의 가르침도 어쩌면 시대에 따라 멀리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스무 살에 쓴 ‘자경문(自警文)’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스스로를 경계한다’는 뜻의 이 글은, 그 제목처럼 자신의 삶을 바르게 세우려는 젊은 선비의 각오로 가득하다. 특히 그 중심에는 부모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 즉 효심이 놓여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이이는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이다. 서경덕의 학설을 이어받아 주기론을 발전시켜 이황의 주리적(主理的) 이기설과 대립하였다. ‘율곡전서’, ‘성학집요’, ‘경연일기’ 등의 저서를 남겼다.

그가 쓴 ‘자경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生我劬勞二親恩, 不容須臾敢安居” <사진>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는 고생스럽고도 깊어서, 잠시라도 편히 지내는 것을 감히 할 수 없다.”

율곡에게 부모란 단순한 가족 그 이상이었다. 어머니 신사임당의 높은 인품과 교육은 그의 삶과 학문의 뿌리였으니 어머니는 자녀 교육에 있어 인격 수양과 배움의 기초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아버지 이원수의 학문적 자세는 평생의 등불이었다.

신사임당은 율곡이 스무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자경문’은 바로 그 무렵, 어머니의 유지를 가슴에 새기며 써 내려간 글이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그 사랑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맹세였다. 효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는 점을 그는 스무 살의 나이에 이미 깨달았던 것이다.

학문으로 스스로를 닦고, 정치와 교육으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한 그의 삶은 곧 효의 실천이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떨까. 효라는 말은 여전히 교과서에 남아 있지만, 그 실천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노고를 기억하는 일, 그 사랑을 내 삶의 윤리로 삼는 일은 단지 옛사람의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이자 태도이다.

‘자경문’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안락함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모의 은혜를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에게 말한다. 효는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보다 실천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부모님께 마음을 전하는 계절, ‘자경문’을 다시 읽으며 나의 삶을 돌아본다. 부모님께 받은 크나큰 사랑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답하고 있는가. 율곡의 말처럼, “잠시라도 편히 지내는 것을 감히 할 수 없다”는 그 마음, 우리 모두 가슴에 새겨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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