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별세...향년 89세

입력 2025-05-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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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식도암 진단...올해 1월 항암치료 포기
대통령 관저 대신 시골집 살며 낡은 비틀 타
재임 기간 우루과이 경제성장‧빈곤 감소 성과
낙태‧동성 결혼‧마리화나 합법화로 논란도

▲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016년 3월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에서 강연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연합뉴스
▲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016년 3월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에서 강연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연합뉴스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으며 진보적인 사회개혁으로 잘 알려진 중남미 좌파 아이콘 호세 무히카 전(前) 우루과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동지, 페페 무히카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한다”고 밝혔다. 페페는 무히카 전 대통령의 애칭이다. 오르시 대통령은 “그는 대통령이자 활동가, 지도자, 사회의 모범, 사랑받는 어른이었다”고 추모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1년 전 식도암을 진단받고 가능한 오래 싸우겠다며 강한 투병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며 항암 치료를 포기했고 이후 교외 자택에서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여사와 생활하며 간간이 방문객을 맞으며 생활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35년 5월 20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다. 게릴라 출신인 그는 1960~1970년대 군정 등에 맞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좌파 무장·시위 게릴라 단체 ‘투파마로스’ 리더로 존재를 알렸다.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는 과정에서 무히카 전 대통령은 15년가량 감금돼 여러 고문을 받기도 했다. 2020년 무히카 전 대통령은 당시 수감 생활에 대해 “6개월간은 손을 등 뒤로 해 철사로 묶어놨고 이틀 혹은 사흘간은 트럭에 내던져지기도 했다. 화장실에 제대로 가지도 못하고 물 한 컵과 손수건, 작은 물통만으로 목욕해야 하는 생활을 2년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민주주의가 회복된 1985년 무히카 전 대통령도 석방될 수 있었다. 사면을 받은 그는 4년 뒤 좌파 성향 정당 국민참여운동(MPP)을 창당하며 정계에 투신했다. 국회의원과 축산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뒤 2009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결선 투표 끝에 당선돼 이듬해부터 5년간 국정을 운영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이 통치한 2010~2015년은 우루과이 경제가 성장하고 빈곤 감소 등에서도 성과를 보인 시기로 평가된다. 진보적 정책으로도 주목을 받았는데 무히카 전 대통령은 당시 낙태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또 마리화나의 기호용 사용을 허용하면서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를 합법화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루과이는 가톨릭 전통을 고수하는 나라다.

무엇보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검소함으로 잘 알려졌다. 자신의 임기 동안 대통령 관저 대신 시골의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 2012년 CNN은 무히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농장을 둘러보며 밭을 갈고 낡은 비틀을 운전하는 모습을 전했다. 같은 해 유엔에서 대량소비를 전제로 한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가난에 대한 나의 정의는 세네카와 같다”며 “가난한 사람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의 방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거의 없다”며 “같은 동네에서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사는 방식대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 중 무히카 전 대통령은 각료 간 불협화음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3년엔 아르헨티나 정책에 대해 논하는 생방송 도중 장애인 비하 표현을 썼다가 설화를 입기도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의원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다 2020년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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