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IT기업과 디지털 헬스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이 의약품 이외의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이 디지털 헬스 역량 강화를 위해 IT 스타트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분야도 병원 전산시스템부터 디지털 플랫폼 활용까지 다양하다.
대웅제약은 씨어스테크놀로지, 에이씨케이(ACK) 등 의료IT 전문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의료 현장의 디지털 환경 구축 사업에 나선다.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를 여러 병원으로 확산하고, 각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하도록 촉진한다는 목표다.
ACK는 병원의 검사실정보시스템(LIS)과 EMR인터페이스 등을 개발하는 의료IT 전문 기업이다. 이번 협약에서는 ThynC를 통해 측정되는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EMR과 연동하는 인터페이스 구축을 담당한다. ThynC 개발사인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플랫폼에서 처리하고, 병원 EMR 시스템에 실시간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관련 뉴스
대웅제약은 의약품 이외에도 심전도 검사기, 연속혈압측정기, 연속혈당측정기 등의 측정용 의료기기를 국내 도입해 사업을 벌여왔다. 원내·외 의료기기에 IT 기술을 접목해 질병 진단 보조, 예측, 데이터 관리 등 통합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건강기능식품 및 일반의약품(OTC) 개발에 디지털 전략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파마브로스와 공동개발 MOU를 체결했다. 파마브로스는 약사 상담 애플리케이션, 건강기능식품 판매 플랫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파마브로스가 갖춘 인프라를 통해 약사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개발 방식을 도입했다. 디지털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고, 마케팅 전략도 함께 추진한다. 첫 공동 개발 제품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맞춤형 제품과 디지털 헬스 콘텐츠 개발, 해외 시장 진출 등 협력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디지털 치료제 전문 기업인 베이글랩스와 협업한다. 현재 의약품과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활용하는 디지털융합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베이글랩스는 운동 기법에 기반을 둔 당뇨병 디지털 치료제 덱슬린을 보유했다.
두 회사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디지털 치료제를 결합해 비만 치료와 건강관리 효과를 높인다는 목표다. 환자 맞춤형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제공해 체중 감량과 생활습관 개선을 달성하면, 약물치료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양사의 전망이다.
AI와 개인화된 건강관리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트렌드로 꼽히는 만큼, 전통 제약사들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IT 기술 접목을 시도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며, 노인 인구와 만성 질환자 증가에 따라 시공간에 제약을 극복한 환자 맞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약 2408억5000만 달러(약 336조3470억 원)로 추산됐다. 해당 시장은 지난해부터 향후 10년간 21.11%씩 성장해 2033년 약 1조6351억1000만 달러(약 2282조77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