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클라우드 에너지 기술 발전이 수요 이끌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해저케이블 투자 계속

"지금은 세계 전선 및 케이블 산업에 있어 흥미로운 시기이다."
첸페이 왕(Chenfei Wang) CRU 수석애널리스트는 3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작금의 글로벌 케이블 시장을 이렇게 평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도 케이블 산업은 늘어나는 수요 속에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CRU는 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금속 및 광산 분야 연구소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약 200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왕 애널리스트는 전선&케이블(Wire & Cable) 팀을 이끌며, 급변하는 케이블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주요 전선 및 케이블 기업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왕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애플리케이션만이 전선과 케이블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태양광 발전, 육상 풍력 및 해상 풍력,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발전이 모두 전선과 케이블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는 전세계 케이블 수요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왕 애널리스트는 "생성형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높은 컴퓨팅 성능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며 2029년에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관련 케이블 수요가 11%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이어 "북미 지역이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과 APAC(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점차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RU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해저케이블 구축이 더 늘어날 거로 보고 있다. 왕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동북아시아(한국·일본· 대만)와 인도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하고 있으며, 종종 현지 정부와 통신 사업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CRU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케이블 수요가 2024년과 2029년 사이에 각각 30%와 34%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해저케이블 산업의 공급망, 안보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투데이가 그를 만난 인터뷰 당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 조치를 발표해 전세계가 발칵 뒤집힌 날이었다. 10일 기준 상호 관세는 유예됐지만, 대중국 관세는 125%로 상향된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왕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은 케이블 수입국이며, 미국 내 수요의 약 25%가 수입으로 충족되고 있다. 이러한 관세가 시행되면 현지 제조업체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국내 생산만으로 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는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을 만들려면 구리, 알루미늄 등 다양한 종류의 원자재가 필요하고 단열재·화학 소재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이 원자재들은 세계 각국에서 오며, 전세계 공급망이 얽혀있다"고 덧붙였다.
지정학적인 문제는 전체 케이블 시장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과거에는 미국에서 상하이까지 직접 광케이블을 건설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미국에서 필리핀까지, 필리핀에서 홍콩까지 광케이블을 건설해야 해 수요는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왕 애널리스트는 "전선 케이블은 일반적으로 전기를 전달하는 수동 부품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시장이 비교적 개방되어 있으나, 유럽처럼 현지 제조업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공급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ESG 요구 사항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 우선주의가 짙어지는 건 케이블 수출국인 한국에게 좋지 않은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의 케이블 소비량은 글로벌 수준 1.8%에 불과한 가운데, LS전선·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기업은 글로벌을 무대로 뛰고 있다.
왕 애널리스트는 "일부 당국과 산업 협회는 국내 제조업에서 신뢰할만한 업체의 현지 공급을 추진할 수 있고, 이런 사례는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대만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면서 "개발 가속화와 지역 공급망, 제조업 보호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